메리츠와 '연장'보다 '신규 투자자'에 무게…롯데건설 조달 금리 인하 안간힘
입력 2023.12.12 07:00
    메리츠 대안 찾는 롯데건설
    순이익 상회하는 이자비용 줄이기 안간힘
    신평사에 "신규 투자자 물색 계획" 전달
    연초에 잡힌 만기·건설채 투심악화에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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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건설이 연초 유동성 확보 목적의 펀드 조성을 함께한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금융)을 대체할 금융사를 물색하고 있다. 메리츠와 계약 연장 가능성도 검토되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새로운 투자자와 협상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이 공동으로 결성한 1조5000억원 규모 펀드의 만기는 오는 3월까지다. 그때까지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과의 협력을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에 12%(수수료 포함) 수준의 금리를 약속했다.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롭게 계약을 맺을 경우 금리 수준이 다소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다.

      국내 부동산 투자 관련 운용사 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이 만기를 앞두고 롯데건설 측에 롤오버 조건으로 금리를 10% 중후반대로 상향하는 안을 제안했다"며 "건설업황이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금리까지 (추가로) 높아지게 되면 롯데건설의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건설의 이자비용은 1500억원 수준으로, 순이익(1202억원)을 웃돈다. 전년 동기 대비 이자비용은 4배 이상 늘었고, 순이익은 30%가량 줄었다.

      롯데건설은 일단 메리츠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새로운 금융기관을 물색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건설 측은 신용평가사들에 "기존 대출 만기를 연장보단 신규 투자자를 물색중"이란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평가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신용등급(A+) 전망은 지난해 12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메리츠와의 협력 이후 신평사들은 차입금 규모에 따른 재무부담 추이 등을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향후 조달 금리가 추가로 높아져 재무부담이 가중한다면 향후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건설이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면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하는 자산유동화증권이 최근 7~8% 금리 수준에서 거래되는 등 조달 여건이 많이 개선된 상태다. 이런 상황 대비해 메리츠금융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상황"이라며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타사가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과의 관계를 끊어내는 작업은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대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도 강하단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한 기업들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하지 경향이 있다"며 "메리츠의 투자 조건을 검토하는 기업들 상당수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롯데건설이 연초 현금 유동성 일부 확보했고,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도 다소 잦아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로 연초에 비해 재무 부담이 줄어들었단 평가가 나오지만, 건설사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진 않고 있단 점이 변수다. 최근 한 중견 건설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이 10% 중반대 금리에도 소화가 되지 않았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여전히 10%가 넘는 금리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건설 측은 메리츠와의 계약 연장에 대해 "만기 임박하여 시장 상황을 보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