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확 줄인 증권사…세대교체로 책임 묻고 리테일에서 답 찾는다
입력 2023.12.12 16:15
    한국투자證·미래에셋證 IB부문 줄여
    세대교체 단행…글로벌 및 리테일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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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일제히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내년 사업계획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간 증권사 실적 ‘뇌관’으로 불리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투자은행) 부문을 대폭 줄이고 WM(리테일) 등 대체 먹거리를 찾는데 분주하다. IB 사업부문을 줄이는 과정에서 관련 임원들이 대거 바뀌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과정도 겪고 있다. 

      12일 증권업계 인사를 종합하면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IB 부문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IB1본부장을 맡은 최신호 상무를 제외하고 그룹장 및 본부장을 대거 교체했다. 최고 임원인 배영규 IB그룹장을 비롯, 이현규 IB2본부장과 김성철 IB4본부장은 이날 퇴임했다. 김영우 IB3본부장은 경영기획본부로 이동했다. 

      빈 본부장 자리는 내부 인원들로 채워졌다. IB2본부 산하 커버리지 조직 담당 임원이었던 김성열 상무가 2본부장으로, 정진곤 M&A·인수금융2부 부서장이 4본부장으로 선임됐다. IB3본부장은 IB1본부에서 IPO(기업공개) 부서장으로 있했던 유명환 상무가 맡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PF 사업부문을 기존 7곳에서 4곳으로 통폐합했다. PF사업부 산하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 인프라금융본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이 대체투자금융부로 합쳐졌다. 이에 각 부문 대표도 사업부 대표에서 본부장 직함으로 격하됐다. 

      IB부서 중에는 IPO를 담당하는 ECM(주식발행시장) 본부만 승진이 두드러진다. ECM 본부를 이끄는 성주완 본부장(상무)은 전무로 승진했고 ECM 1팀장을 맡고 있는 하주선 부장이 이사대우에 올랐다.

      증권사에 ‘알짜 수익원’으로 꼽히던 부동산PF 부문이 줄어들자 전반적으로 IB부문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임원인사를 통해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성 본부장은 1972년생으로 만 51세다. 이사대우로 승진한 하 팀장은 1981년생으로 젊은 부서장급에 속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김 신임 사장 역시 1969년생으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1964년생)이나 김성현 KB증권 사장(1963년생)과 비교해 젊은 편이다. 김 사장과 동갑인 배영규 IB그룹장 전무가 퇴진하는 등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도 연쇄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증권사들은 내년 먹거리로 ‘글로벌’과 ‘리테일’을 꼽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사업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고 송상엽 부사장을 그룹장으로 앉혔다. 한국투자증권에서 글로벌사업본부 최고 임원이 부사장 직급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증권 대표인 유상호 부회장도 글로벌 및 해외 비즈니스 관련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사업에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인도 투자 거점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9위 증권사인 쉐어칸증권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약 4800억원이다. 인수 대상은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는 쉐어칸증권을 비롯해 온라인 증권사업 회사인 에스프레스, 크레디트서비스 업체인 NBFC, 교육서비스 업체인 쉐어칸닷컴 등 4곳 회사다. 

      한 대형 증권사 글로벌사업본부 임원은 "그간 해외사업 총괄은 '벌 서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좋은 직함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국내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부사장과 부회장급이 직접 글로벌사업을 챙기는 것도 사내 위치가 격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고객그룹장 출신 김성환 부사장이 신임 사장에 오르며 WM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 리테일보다는 IB부문에 힘을 줬지만 최근 운용자산 확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금번 인사에서도 리테일 관련 인사가 두드러졌다. 개인고객그룹 산하 PB본부는 총 6개 본부 중 4곳의 임원이 승진, 가장 높은 승진율을 보인 부서가 됐다. 박재현 PB2본부장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김 대표의 후임으로 개인고객그룹장에 선임됐다. 신기영 PB3본부장 상무보와 김순실 PB6본부장 상무보, 이용구 PB4본부장 상무보는 각각 PB2본부장, PB5본부장 및 PB3본부장 상무로 승진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IB부서, 특히 부동산PF에선 큰 수익이 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한투나 미래 등 대형 증권사 내부에서도 IB부서 축소에 대비한 에서 자산을 불리고 당분간 운용자산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두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