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빌 애크먼과 하버드大 설전 속...애꿎은 '쿠팡' 주식 도마 위에
입력 2023.12.13 15:21
    빌 애크먼, 하버드 총재 선임 둘러싸고 갈등 최고조
    하버드대 對 억만장자 싸움에 쿠팡 주식이 핵심 소재
    개인 SNS에 쿠팡 주식 관련 하버드 책임 소재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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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리틀 버핏'이라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 회장과 미국 하버드대학교 간 갈등이 정점을 찍으며 미국에 상장된 쿠팡 주식이 때 아닌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애크먼 회장은 과거 하버드대에 쿠팡 비상장 주식을 기부했는데, 대학이 이를 상장 전 처분하며 갈등을 빚어오고 있었다. 최근 애크먼 회장이 하버드대에 총장 사임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 주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13일 빌 애크먼 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버드대에 대한 개인적인 원망은 없다”라며 “다만 지난 2017년부터 한 회사의 주식 기부와 관련, 하버브대와 갈등의 소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애크먼 회장은 최근 하버드대 내 ‘반(反)유대주의’ 논란을 둘러싸고 대학과 갈등을 빚고 있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학내 해당 논란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하자 애크먼 회장이 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게이 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직후 하버드대가 하마스나 테러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애크먼 회장은 하버드대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게이 총장을 비롯해 3명의 총장은 청문회에서 (유대인에 대해) 적대적인 증인처럼 행동했다"며 "능글맞은 웃음으로 의회에 대한 깊은 경멸을 드러내고 기본적인 답변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는 쿠팡 주식이 자리잡고 있다. 애크먼 회장이 과거 하버드대에 쿠팡 주식을 기부했는데, 이후 하버드대가 약정을 어기고 2020년에 차익 실현을 해버린 것이다.

      이야기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크먼 회장은 당시 하버드대가 거물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자, 이를 지지하기 위해 보유하던 쿠팡 주식을 기부하기로 약속한다. 당시 쿠팡 가치는 약 1000만 달러 수준이었고, 해당 주식이 1500만 달러를 초과하게 되면 그 차액분을 하버드 교내 사업에 사용할 것을 약정했다. 만약 쿠팡 가치가 1000만 달러를 밑돈다면 그 차액을 또 다른 기부금으로 채우기로 합의했다. 

      그러다 2021년 쿠팡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500억 달러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인정받자 애크먼 회장은 해당 차액으로 학내 여러 사업을 계획하게 된다. 하버드에 기부했던 1000만 달러 가치의 쿠팡 주식은 상장을 통해 8500만 달러의 가치가 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대가 지난 2020년 3월 하버드대 기부금 관리 기구인 HMC(Harvard Management Company)를 통해 쿠팡 주식을 이미 팔아버리며 애크먼 회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애크먼 회장은 하버드대가 2020년 쿠팡 주식을 매각하면서 상장 이후 실현할 수 있었던 7500만 달러 가량의 주식 가치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주식 기부자인 당사자에 매각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상장 이후 팔았을 경우 애크먼 회장이 학내 사업에 사용할 수 있었던 7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사용 권리도 주장하고 있다. 

      애크먼 회장은 개인 트위터를 통해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비상장회사가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에 이에 응해 주식을 매각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 차례 해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대에 연락을 취했지만 몇 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