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 해 보낸 현대차그룹…꺼지지 않는 고용 리스크에 긴장모드
입력 2023.12.15 07:00
    취재노트
    임금 25% 인상 이끌어낸 美 UAW
    현대차 美 근로자 포섭 움직임 본격화
    현대차 새 노조에 강성집행부
    역대급 임금인상 불구, 900%성과급 등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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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가 310억달러, 기아가 235억달러 등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최고금액 ‘수출의 탑’을 수상했는데 자동차 업체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60년만에 처음이다.

      제1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럽 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영국에서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가 없는 내수 시장에선 연간 70만대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현대차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00억원인데, 올해는 1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회사 영업이익 기준 1위에 오른다.

      미래차 시장의 뒤늦은 진출, 경직된 조직문화, 인사 적체 등 현대차그룹을 향한 우려는 다소 잦아들었다. 2023년 한 해 만을 돌아봤을 땐 주요 그룹사 중 현대차그룹은 가장 내실 있게 성장한 곳 중 하나란 점에 이견을 갖기 어렵다.

      잘나가는 현대차도 고민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꼬리표와 같은 ‘고용 리스크’다. 이젠 한국을 넘어 미국까지 그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올 해 미국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 군 이슈는 역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UAW에 속한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조가 동시에 파업했는데 이는 88년만에 처음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3사의 노조가 손잡고 파업을 진행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일명 스탠드업 스크라이크(Stand Up Strike), 시간이 지날수록 파업 공장과 참가자를 늘리면서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전략으로, UAW의 파업은 약 2달간 이어졌다. 3사의 노조는 최초 4년간 임금 36%의 인상을 요구했는데 결국 각 노사는 25% 인상안에 합의했다. 

      2달의 파업으로 인해 포드는 약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손실을, 추가 인건비는 이보다 향후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GM은 새로운 임금계약으로 향후 4년간 93억달러(약 12조원)의 인건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UAW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UAW는 노조가 없는 완성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13개의 완성차 메이커가 이에 해당한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은 노조의 입김에서 벗어난 무풍지대였는데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UAW는 현대차가 여느 완성차 메이커에 비해 빠르게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대차 미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공장들 외에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조 결성의 영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이미 앨리배마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전년 대비 14% 인상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선 현대차의 고용리스크가 지난 5년간 잠잠했다.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을 마치고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1987년 노조창립 이후 처음이다. 올해 현대차는 기본급 4.8% 인상, 성과금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을 비롯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상률로 협상을 이끌어 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향후 2년간 이끌어갈 강성 집행부를 선출했다. 

      현 집행부가 내세운 슬로건은 '실력 있는 강한노조, 투쟁으로 정면돌파'다. 새 집행부의 공약은 상여금 900%, 주 4일 근무제 도입과 정년연장 등이다. 공약만 비쳐보면 현대차와 노조의 갈등이 다시금 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대차가 내년에도 부문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뤄낼 가능성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측이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할 때 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불안감은 여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차량 교체 주기가 이미 한차례 지났고, 이와 맞물려 경기가 하향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판매량도 그만큼 감소할 것이란 불안감이 감돈다. 여기에 인건비 대표하는 ‘고정비’의 급격한 증가는 경영에 어려움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됐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현대차 최고의 한 해로 손꼽히지만 이미 수많은 리스크가 현대차의 기업가치에 반영하며 주가는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현대차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사업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로선 전기차 시장을 주력으로 삼아 패권을 쥐는 것이 유일한 성장 전략으로 자리했는데, 테슬라를 선두로 한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 지고 있다. 앞으론 투자비는 꾸준히 늘어나지만 수익성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금 격화하면서 미국 시장에 집중도를 높이는 현대차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고용리스크까지 덥치면서 "현대차는 또다시 최고의 한 해를 맞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