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자금 미스매치 부담…다시 증권사 문 두드리는 SK온
입력 2023.12.18 07:00
    내년 美에너지부 지원금 확보 전 현금흐름 보강 필요
    모회사·고객사·FI 이어 발행시장, 증권사도 접촉
    4분기 흑자 성적표 필수…연초 시장 온기에 기대
    선거, 보조금 재분배 등 돌발변수 전 조달 마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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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이 연초 추가 조달을 목표로 증권사를 접촉하고 있다. 연말 인사를 마친 뒤 4분기 실적을 발판 삼아 내년 현금흐름을 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연초 효과에 대기 중인 기관 자금 덕을 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업계 변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얼마나 우호적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일부 차입금의 만기를 앞두고 증권사에 추가 조달을 타진하고 있다. 다음달 지난 2021년  조달한 약 4000억원 규모 그린본드의 만기가 돌아온다. 증설이 본 궤도에 오르며 돈을 구하는 것보다 나가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조달 방안을 다각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상반기까지 다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약 3조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마쳤지만 투자비는 계속 마련해야 한다. 향후 2년 내 그간 확보한 생산능력 2배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KB국민은행 지급보증으로 9억달러(원화 약 1조2000억원) 규모 외화표시채권(KP물)을 발행했고, 10월 이후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꾸준히 발행해 왔다.

      SK온은 향후 늘어날 투자비 외 금융사 기업대출 한도나 시중금리, 정책지원 시점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며 증권사를 접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온과 포드의 미국 현지 합작사(JV)인 블루오벌SK는 지난 6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최대 92억달러(원화 약 12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잠정 확보했다. 미국 첨단기술차량제조(AVTM) 정책으로 2025년 가동 예정인 3개 현지 공장 건설 투자비를 마련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 자금이 내년 하반기쯤 집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의 재무 사정을 감안하면 DOE 지원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쉽지 않다는 평이 많다. 올해 말 기준 회사의 생산 능력은 88GWh 수준인데, 증설 일정에 변동이 없다면 2025년까지 이를 약 270GWh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JV 형태로 현지 증설에 나서는 만큼 부담이 분산되지만 자체 현금흐름으로 감당하기엔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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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분기 말 기준 SK온의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약 8조307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두 배까지 늘었다. 신공장 수율을 끌어올려 적자를 대폭 줄였지만 그보다 더 빨리 투자비가 늘어난 탓이다. 이에 상반기 중 모회사와 JV 파트너사로부터 자본금·대출 형태로 자금을 확보했는데, 내년 상반기 중에도 이런 작업을 되풀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DOE 지원금이 내년 하반기에나 들어온다고 하니 상반기를 버틸 자금을 또 마련해야 하는 시기"라며 "모회사나 FI로부터 추가 자본을 유치하는 카드는 이미 썼고 회사채 시장에선 인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증권사를 접촉해 조달 방안을 협의하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4분기 중 영업이익 흑자 전환은 필수 과제로 꼽힌다. SK온은 지난 11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번 분기 흑자를 예고한 바 있다. 시장에선 4분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생산 보조금 유입 규모가 3분기 이상으로 늘 경우 소폭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시중금리가 하락할 거란 기대 속에 기관도 대기자금을 쌓아둔 터라 조달 시기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발행시장은 내년 초 우량 회사채의 조 단위 발행을 기다리고 있다. 2월을 전후해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일 거란 기대감이 있다. 인기 발행사는 아니라도 4분기 흑자 성적표가 있다면 충분히 우호적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달 방안까지 도출되진 않았지만 SK온 보유 단기차입 일부 만기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내년 하반기 중 기준금리가 하락할 거란 전망을 감안하면 서로 윈윈을 노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만기를 앞둔 SK온 차입금 금리는 1.6% 선인데, 현재 기업대출 금리는 5% 이상, 잠재 투자자 눈높이는 6~7% 선 이상에 맞춰져 있다. SK온은 내년 고정비 부담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산업은 미국 대통령 선거나 완성차 고객의 보조금 재분배 요구 등 변수가 많다. 변수가 발목을 잡기 전 최대한 우호적 조건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나마 성장세인 북미 전기차 시장도 선거에 따른 보조금 정책 변화 우려가 있고, 완성차 고객사들은 늘어난 배터리사 보조금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라며 "증권사들도 고수익 투자처에 목이 마른 만큼 악재가 발생하기 전 서둘러 조달 협의를 마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측은 "만기 도래 예정인 단기 상품은 대부분 연장할 계획"이라며 "프리IPO,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 등 다양한 자금 마련 방안을 강구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