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골머리 은행권…2조 배분 두고 이사회서도 ‘격론’
입력 2023.12.19 07:00
    은행권, 2조원 규모 상생금융 분담안 기준 '촉각'
    내낸 영업 전망 안좋은데 수천억 상생지원 부담
    재무적 버퍼로 배당 줄지 않겠지만 주가에 악재
    해외투자자 유치한 금융지주, 더욱 눈치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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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준비 중인 은행권이 분담금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영업 전망도 좋지 않은데, 비용을 늘리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해외 투자자를 대거 유치한 상황에서 주주환원 압박마저 거세, 금융지주 이사회에서도 해답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4일 은행연합회와 18개 은행은 '민생 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 3차 비공개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분담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권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에 이자 캐시백을 제공하는 방안을 상생금융 지원책으로 검토 중이다. 지원액을 은행별로 어떻게 배분할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분담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은행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상생금융 지원액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수천억원씩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당기순이익이나 연 5% 초과 개인 사업자 대출 비율에 따라 지원액을 분담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기준에 따라 비용 규모가 달라진단 설명이다.

      은행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은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예컨대 연 금리 5% 초과 개인 사업자 대출이 많은 인터넷·지방은행 입장에선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상생금융 지원액을 부담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분담금 규모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은행권은 비용 증가가 고민스러운 분위기다.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고 이론적으로는 배당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단 설명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올해 정점을 찍고 하락 중인 NIM(순이자마진, 이자이익 핵심지표) 등 악재는 즐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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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러한 상황을 불안한 눈초리로 주시 중이다. 상생금융으로 인한 재무적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지주는 현재 상황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예상 영업이익 및 주주환원 정책을 가늠하기 녹록지 않아 이사회에서 고민도 적지 않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은 재무적 버퍼가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예년 수준의 배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상생금융으로 수익성 부담은 커지고 있다. 배당도 하고 자사주도 매입해야 하는데 상생금융까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부담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모펀드(PEF) 등 해외투자자 유치에 공들인 금융지주 입장에선 주주환원에 더욱 압박받는 상황이다. 금융규제 리스크로 올해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한 영향이다. 예컨대 KB금융의 52주 최고가는 연초인 지난 1월에 기록한 6만700원이다. 신한지주의 15일 기준 주가는 3만8900원으로 IMM PE가 사들인 주당 단가(4만29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상생금융안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은 정상적인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규제당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망한 상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