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성과급 시즌 다가오는데…"줄 곳이 없다"
입력 2023.12.20 07:00
    취재노트
    IB부문, 부동산PFㆍ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수익 급감
    금리 변동성에 트레이딩부문도 파생매매평가손 기록
    WM 선방했지만…PB 불완전판매 이슈로 난처해져
    부서갈등 심화…"IB-S&T에 유리한 성과급 불평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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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음달 성과급 시즌을 앞둔 증권가에 긴장감이 감돈다. 올해 4분기 실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부동산 등 리스크 관리 문제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그간 ‘성과급 잔치’의 중심에 있었던 기업금융(IB)부서 역시 실적 급감으로 성과급 축소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IB부서를 제외하고도, 증권가에선 올해 성과급을 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분위기다. 금리 변동성으로 트레이딩(S&T)부문 역시 파생매매에서 손실을 기록했고, 그나마 선방한 자산관리(WM)부문은 최근 당국의 압박으로 불완전판매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과급 대척점에 있던 IB와 WM부서 사이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증권사 IB맨들 사이에선 ‘성과급은커녕 고용 안정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과거 증권사 실적 잔치의 일등공신이었던 IB부문이 부동산PF와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 손실로 인해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증권사들은 국내 테마주 강세에 힘입어 하반기부턴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IB부문의 수익은 여전히 감소세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IB부문 누적 수수료는 2조58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6%나 줄었다. 올해 3분기만 놓고 봐도, 직전 분기와 비교해 12.8%나 감소한 수치다. 통상 연말엔 IB부문 거래가 급감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실적 저하로 인해 IB부문 성과급 축소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대형 증권사 IB부문 임원은 “오랫동안 IB부문, 그 중에서도 부동산IB 파트가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성과급을 독차지해왔지만 올해는 2~3년어치 순이익을 한 번에 손실 처리했을 정도로 바닥을 찍었다”며 “이연 성과급은 당연히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해임되지만 않아도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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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올해는 IB부문을 제외해도, 눈에 띄는 실적 증가를 기록한 부서가 없는 상황이다. 작년부터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증권사들의 자기매매업(S&T) 부문도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 

      올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이 주식ㆍ채권ㆍ파생 등 트레이딩을 통해 번 이익은 작년보다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파생 부문에서 여전히 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증권사 트레이딩부문의 주식관련 손실은 7320억원, 파생관련 손실은 1조116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트레이딩부문의 파생 관련 파트가 운용에 대한 헤지까지 담당하는 것을 고려하면, ELS 헤지를 운용하는 증권사 다수가 파생거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가을 선제적인 채권 트레이딩으로 20%의 수익을 냈지만, 이를 재투자하면서 채권평가손이 커졌다”며 “큰 성과급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IB와 함께 증권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WM부서도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이 없었다.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는 약 2조58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B부문에 비해선 선방했지만, 최근 사모펀드와 H지수 연계 ELS 등 금융상품에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진 것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기대치를 하회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성과급 시즌을 앞뒀는데도 눈에 띄는 실적 상승세를 기록한 부서가 없자, 부서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성과급에서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IB부문과 WM부문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코로나 이전까진 증시 부진으로 WM부문의 실적이 악화된 반면, 시황과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을 냈던 부동산 등 IB부문이 성과급을 독식해왔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IB와 WM의 급여 편차는 약 40%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 유동성 장세 이후 부동산PF 부실 등 IB부문의 손실 문제가 떠오르자, WM부문에선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WM부문 임원은 “대부분의 WM부문 직원들이 기존 성과급 체계가 IB와 트레이딩 쪽에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WM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해 눈에 띄지 않지만, IB는 편차가 커서 실적이 좋을 땐 성과급을 크게 가져간다”며 “IB가 못했을 때도 이를 환수하지 않으니, 지급된 보수 총합을 따지면 IB에 비해 WM이 크게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