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바뀌자 투자도 반만?…증권 인사에 부동산PF 난항
입력 2023.12.20 07:00
    부동산PF 시장, '임원 해고' 여파로 시끌…"담당자가 사라졌다"
    미래에셋, 투자개발부문 통폐합 후 재개발 사업 본PF 축소 통보
    하이투자證 조달하는 인천 물류센터 사업도 담당자 해임에 고민
    "임원 교체 핑계로 투자 줄일듯…나머지 어떻게 채워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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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인상 여파로 경색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담당자 부재'(不在) 라는 이중고를 맞았다. 증권사들이 올해 연말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부동산PF 사업부를 대거 정리했는데, 퇴임한 임원들이 담당하던 부동산PF 사업은 현재 일부 중단되거나 금융주선 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내년 만기를 맞는 부동산PF 익스포저만 1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교체된 임원들은 기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부동산PF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7년만에 첫 삽을 뜬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본PF 전환 과정에서 지연되고 있다. 대표주관사로 브릿지론 조달에 참여했던 미래에셋증권이 본PF 사업 참여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당초 투자개발부문 대표 체제에선 미래에셋증권이 NH투자증권과 본PF를 공동 주선하고 약 1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임원 인사에서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미래에셋은 공동 주선이 아닌 단순 주선으로 투자 방식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내년도 IB(투자은행) 사업에서 부동산PF 비중을 줄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가 깊어지며 국내 PF 부실 우려에 미국ㆍ유럽발 상업용부동산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최대한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7개였던 미래에셋증권 부동산PF 사업부가 4개 본부로 통폐합됐고, 헌인마을 사업을 담당했던 투자개발부문은 '대체투자금융부'로 합쳐졌다. 재개발 사업의 PF 주선을 담당하던 최고 임원의 직위도 대표에서 본부장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헌인마을 사업 본PF 건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참여하기로 한 '인천 부평국가산업단지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이 김진영 전 투자금융총괄 사장을 면직하고, 본부장급 임원 5명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인천 물류센터 사업을 담당하던 최고 임원도 교체됐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구조화금융실 구조화금융1부가 2300억원 규모의 본PF 금융 주선을 맡았는데, 담당자 교체로 사업 참여자들 사이에선 자금 조달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최근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성공했고, 임원 교체에도 불구하고 본PF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말 인사로 담당자가 교체되는 부동산 사업이 많아지자, 국내 PF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선 미래에셋ㆍ하이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사업부 축소 기조를 내비치면서 공사비를 조달해야 하는 사업장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이관 받은 신규 임원들이 투자 축소 기조를 밝히고 있어, 나머지 시장 참여자들끼리 금액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이 많다"며 "담당자 교체를 명분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신규 수주를 아예 끊거나, 기존 사업장의 만기 연장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