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담 속 IPO 줄고 유상증자 늘었다...커버리지 강한 NH證 1위 지켜
입력 2023.12.21 07:00
    [2023년 4분기 집계][전체 주관·인수 순위]
    대기업 계열사 유증 주관 여부가 가른 주관 순위
    커버리지 강한 NH證ㆍ한국證 나란히 1ㆍ2위 올라
    내년도 兆단위 유증 예고…IPO 시장 여전히 다사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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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주요 대기업의 조(兆) 단위 유상증자가 이어진 가운데 관련 딜을 수임한 증권사들이 주식자본시장(ECM)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장식했다. 증자 거래 수임인 발행사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만큼, 커버리지(영업) 부서의 능력이 순위를 가른 핵심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초대형 기업공개(IPO) 거래가 부족했던 탓에 외국계 증권사들은 순위표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빈 자리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채웠다. 위험(리스크) 회피 심리로 인해 인수단 수가 늘어난 까닭이다.

      20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ECM 공모 발행 시장에서 총 2조1348억원 규모의 딜들을 주관하며 1위로 올랐다. 지난 3분기 NH투자증권은 4000억원 규모 차이로 한국투자증권에 1위를 내줬다. 그러나 4분기 14건의 신규 딜(Deal)을 마무리하며 1위로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300억원의 근소한 차이로 2위가 됐다.

      NH투자증권은 그간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파두 IPO, 두산로보틱스 IPO 등 빅딜(Big Deal)을 수임해왔다. 4분기에는 한화오션 유상증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등 빅딜을 맡아 진행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 중 완료된 IPO 딜이 1건, 유상증자 딜은 5건 정도였다.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 딜을 수임하며 전체 ECM 주관 순위 1위에 올랐던 KB증권은 3위를 기록했다. KB증권의 유상증자 주관 규모는 9000억원대로 IPO 주관 규모의 3배다. IPO 주관실적은 다소 부진했던 반면 한화오션 등 유상증자 빅딜을 맡아 진행하면서 3위 자리를 지킨 모습이다. 지난해, KB증권의 IPO 주관 규모(3조4676억원)가 유상증자 주관 규모(2조3556억원)보다 컸다.

      올해는 대기업 계열사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딜이 많았고, 그 규모도 컸다. 한화오션(1조4971억원), 롯데케미칼(1조2155억원), SK이노베이션(1조1433억원), CJ CGV(4153억원) 등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나섰다.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를 채권시장에서 받고 있는 화학,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채권시장 대신 유상증자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올해 ECM을 통해 가장 많은 자금(1조4971억원)을 마련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한 한화오션은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통한 사세 확장에서 나선다.

      해당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조력한 증권사들이 주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ECM 리그테이블 주관 순위는 커버리지 부문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됐다.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를 주관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1위, 2위를 차지했다. 한화오션 유상증자를 주관한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또한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롯데케미칼 유상증자를 도운 삼성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도 순위권에 포함되는 쾌거를 거뒀다. IPO보단 유상증자 부문 실적이 순위를 가른 모습이다.

      IPO 부문이 순위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올해 IPO 시장은 전년대비 절대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큰 변동성을 보였다. 

      2차전지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급격한 투심 악화에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뻔하였지만,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10월 증시 침체로 '공모주 공급'은 끊기며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 오르는 '따따블'이 속출하기도 했다. 

      올해 ECM 리그테이블을 석권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아픈 손가락'도 IPO 거래에서 나왔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파두가 약속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며 상장을 도왔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이다.

      올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주관 순위에선 KB증권이 약진했다. 총 3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를 주관하면서다. 

      내년에도 LG디스플레이 등 실적 저하에 따른 신용등급 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유상증자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1조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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