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어' SK가 점령한 회사채 시장…KB증권 '아슬아슬' 1위 수성
입력 2023.12.21 07:00
    [2023년 집계][회사채 주선 순위]
    KB證 전체 주관 1위 수성…NH證과 격차는 줄어
    "올해까지 준비게임" 내년 주관 경쟁 심화할듯
    '자금 필요한' SK 압도적 발행…재무부담 우려
    연말까지 내년 발행 준비 분주…총선 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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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뜨거웠던 회사채 주관 경쟁은 KB증권의 '1위 수성'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상위권 증권사들의 격차가 크지 않고, 올해 '준비'를 마친 증권사들이 본격 출격 의지를 보이면서 내년 회사채 주관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3년 4분기 누적 기준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 66조2890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상반기 연초 발행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발행이 많았고, 하반기에는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회사채 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인 2022년 이전인 2019년과 2020년 수준을 보였다.

      올해 IB 먹거리가 줄면서 각 증권사가 DCM 등 정통 커버리지 영역을 집중했고 그만큼 주관 경쟁도 치열했다. 막판까지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접전이 이어졌다. KB증권은 전체 회사채 주관에서 연간 1위를 수성했다. KB증권이 총 278건에 14조656억원을 주관했고, 2위인 NH투자증권은 185건에 10조155억원을 주관했다.  

      일반회사채 부문에서 KB증권은 가까스로 연간 1위를 되찾았다. 지난 3분기까지 NH투자증권이 일반회사채 주관 1위를 달리면서 연간 순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KB증권이 9조7705억원, NH투자증권이 9조7215억원을 주관하며 NH투자증권은 간발의 차로 연간 1위를 놓치게 됐다. 다만 금액이 49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NH투자증권이 176건을 주관했는데 KB증권이 219건을 주관한 것을 고려하면 실리를 챙긴 쪽은 NH투자증권이라는 평도 나온다. 

      KB증권이 전체 회사채 주관 1위를 지킨 데에는 ABS 역할이 컸다. KB증권은 올해 4분기 누적 기준 69건의 ABS 주관을 기록했다. 작년 1위에서 올해 2위로 밀린 한국투자증권의 두 배가 넘는 건수다. 총 주관 규모도 KB증권이 약 4조29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약 1조8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이다. ABS 주관 수수료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ABS에 집중한 증권사들은 '많은 물량'을 주관하는 전략을 이어갔다는 평이다.

      올해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1위 싸움 외에도 중위권 주관사들의 'DCM 힘주기'가 이어졌다. 올해 준비 기간을 마친 가운데 내년에도 주관사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B와 NH의 양강 구도가 굳건하긴 하지만 다른 주관사들도 대기업 인수금융, 유동화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라며 "자금 조달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회사채 외에도 다른 방안들을 많이 고민 했고, 성공까지 가지 못해도 승계 이슈 등 다양한 향후 딜(deal)들이 남아있어 성사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SK그룹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9조8900억원을 조달해 그룹집단 중 가장 큰 조달 규모를 기록했다. 연초 하이닉스가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텔레콤, SK E&S 등 다수의 계열사가 조달을 이어갔다.

      내년에도 SK는 회사채 시장을 자주 찾게 될 전망이다.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일정이 많을뿐더러 SK온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위한 조달이 필요한 계열사들도 여럿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양호한 신용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SK그룹을 향한 재무부담 우려가 커지는 만큼 투심 향방에도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LG그룹도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굵직한 조달을 이어갔다. 자금 소요가 많은 LG화학은 내년 초 대규모 회사채 발행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북클로징 이후 여유로운 연말에도 올해는 주관사들은 내년 초 발행 수요에 앞서 영업에 분주한 분위기다. 대기업뿐 아니라 A급 발행사들도 내년 4월 총선, 본격적인 금리 인하 등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 발생 전에 발행에 나서려는 수요가 있다.

      다만 예고된 복병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뿐 아니라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 부동산PF 이슈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부동산 PF에서 이벤트가 발생하면 시장 유동성이 급속히 축소되면서 크레딧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PF시장 영향이 큰 회사들이 보통 건설사인 가운데 크레딧 투자자들 대부분 건설사 익스포저가 상당하다. PF 시장에서 이벤트가 생기면 전반적인 크레딧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도 신용등급이 우량한 발행사로만 투자가 몰리고 있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임원은 "내년 1분기에 비우량 기업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유동성 흐름과 맞물려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 연초 쏠림이 올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 발행을 검토하다 타이밍을 놓친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 발행을 준비 중인데, 최근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조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변수여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 실질적으로 금리가 인하하기 시작하면 시장에 나와도 되기 때문에 우량한 발행사는 굳이 연초에 몰아서 발행을 할 필요는 없다고 느낄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