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된 인수금융 시장? 내년 희망은 '시기상조'…KB국민은행 1위
입력 2023.12.21 07:00
    [2023년 연간 집계][인수금융 순위]
    KB은행, 막판 KKR 거래 주선하며 연간 1위 역전
    KB증권, 2조 규모 SK쉴더스 단독 주관으로 2위
    3위 하나은행, 다수의 리파이낸싱으로 실적 올려
    올해 리파이낸싱, 4분기에만 절반 이상…금리 하락 영향
    "금리 충분히 낮아지기 전까진 내년에도 기근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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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인수금융 시장은 작년 대비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감이 줄어들자 주선 경쟁은 치열해졌으며 큰 거래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4분기 인수금융 시장 규모는 금리 인상의 여파를 본격적으로 맞기 전인 작년 상반기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가 다시 떨어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차환(리파이낸싱) 거래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전방 인수합병(M&A) 시장이 부진한 탓에 내년에도 '호실적'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M&A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인수금융 주선 금액은 약 30조7688억원으로 작년 28조6670억원 대비 7.3% 증가했다. 반면 거래 건수는 같은 기간 97건에서 67건으로 30.1% 감소했다. 분기별로 놓고 보면 올해 4분기 모집주선 금액은 인수금융 시장이 위축하기 직전인 작년 2분기 수준으로 회복했다.

      KB국민은행은 연말 KKR의 인프라 자산 거래를 다수 주선하며 연간 1위를 기록했다. 4분기 중 부산도시가스와 SK에코프라임 인수금융을 단독 주선한 데 이어 쌍용C&E 차환 작업을 공동 주관하는 등 대형 거래에 참여해 경쟁사를 앞질렀다.

      KB증권과 하나은행은 KB국민은행의 뒷심 발휘로 전 분기보다 한 계단씩 순위가 떨어졌다. 상반기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금융 1조9000억원을 단독 주선하며 독주하던 KB증권은 2위를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다수 해외 인수금융 거래에 참여해 주선 실적을 쌓았고 4분기엔 에어퍼스트 인수금융 차환 작업에도 참여했다.

      3위 하나은행은 올해 리파이낸싱을 중심으로 실적을 챙겼다. 지난해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금융을 단독 주선한 연으로 연초부터 조 단위 리파이낸싱 작업을 도왔다. 이외에 한앤컴퍼니의 에이치라인해운, SJL파트너스의 모멘티브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을 주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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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은 전년보다 한 계단씩 순위가 올랐다. 

      NH투자증권은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의 연이 두드러졌다. 연초 MBK-UCK 컨소시엄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지원한 덕에 2분기엔 인수금융을 사실상 단독으로 주관할 수 있었다. 4분기에도 한앤컴퍼니 포트폴리오인 에이치라인해운, 쌍용C&E 리파이낸싱 주선사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은행은 블랙록의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인수금융을 단독 주선한 데 이어 리파이낸싱까지 참여해 단숨에 5위로 올라섰다. 작년 하반기 이후 순위 경쟁에서 멀어진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 쌍용C&E 리파이낸싱과 에테르시티, 원스토어 인수금융을 주선하며 연간 6위로 집계됐다. 

      각 금융기관들은 전반적으로 3분기에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4분기에 리파이낸싱 주관으로 직전 분기 부진을 만회한 모습이었다. 올 3분기까지 리파이낸싱 거래는 분기별 3~4건에 불과했는데 4분기에는 11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리파이낸싱 딜이 두드러졌다.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의 경영권 지분을 2014년 확보한 후 1조2500억원, 쌍용C&E의 지분을 2016년 인수한 이후 1조700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리가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리파이낸싱 거래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사이 8~9% 금리에 자금을 빌린 투자자의 경우 리파이낸싱 수요가 크다"며 "내년 GS그룹 컨소시엄의 보톨리눔톡신(보톡스) 기업 휴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도 예정돼있다"고 밝혔다.

      4분기에 인수금융 실적이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일부 회복하기는 했지만 내년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방 M&A 시장이 지지부진하며 이미 상반기부터 주선 경쟁력을 논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란 분석이 많았다. 상반기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당시엔 어느 인수후보와 손을 잡느냐로 실적이 갈렸는데, 하반기 들어선 이러한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재로선 주관사들은 HMM에 기댈 수밖에 없다.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과 손잡는 인수금융 주관사는 단숨에 조 단위 실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

      은행 투자금융부 한 관계자는 "내년까지 기다려도 금리가 충분히 낮아질 때까진 기근이 이어질 거란 우려도 있다"며 "출자 시장에선 여전히 7% 안팎 보장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어서 투자자들도 금리 부담에 선순위 차입을 최소화하고, 대신에 후순위 지분(에쿼티) 위주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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