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파라마운트도 경쟁 부담에 맞손…국내 OTT 합종연횡 향방은
입력 2023.12.28 07:00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합병 초기 협상나서
    HBO맥스·파라마운트플러스 몸집 불리기 방침
    경쟁 심화,성장 둔화에 글로벌 OTT들 "뭉치자"
    국내 티빙·웨이브 합병 초읽기…남은 과제多
    투자자 동의·재무 부담 해결·당국 승인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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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경쟁사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인수합병(M&A)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복안이다.

      국내에선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할 지 주목되고 있다. CJ와 SK 측이 의지를 가지고 논의를 재개했는데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가 합병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워너브라더스가 파라마운트를 흡수합병하거나 파라마운트의 모회사인 내셔널 어뮤즈먼트를 인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인수 가액과 합병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두 대기업이 합병하면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워너브라더스는 영화 제작 스튜디오, CNN, HBO 등 대형 케이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OTT로는 HBO맥스를 운영 중이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제작사, MTV, 뉴스 채널 CBS 등 케이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OTT로는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맞손을 잡게 된 데에는 치열한 OTT 경쟁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워너브라더스 측은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을 확보해 OTT 경쟁력 강화를 꾀할 방침이다. 워너브라더스 측은 WSJ에 “OTT가 난립해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다"며 "이 떄문에 오히려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OTT 생태계를 정상화하려면 더 많은 M&A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OTT 동향분석’에 따르면 OTT 시장 포화로 신규 가입자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콘텐츠 제작비 증가세는 가파르다. 과거 5억~7억원 규모이던 ‘텐트폴 드라마(흥행이 보장된 대작)’의 회당 제작비는 최근 30억원 수준에 달한다.

      티빙과 웨이브가 지연되던 합병 논의를 재개한 것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티빙의 대주주인 CJ ENM과 웨이브(Wavve)의 대주주인 SK스퀘어는 협력안을 논의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이뤄지면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최대 900만명(중복 가입자 포함)에 이르는 토종 1위 OTT로 재탄생한다. 현재 티빙이 MAU 510만명, 웨이브가 423만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1137만명, 쿠팡플레이가 527만명 수준이다.

      ‘의기투합’ 수요가 커진 가운데 성공적 통합을 위해선 그동안 쌓인 재무 이슈를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OTT를 보유한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비용 소모가 많았다. 몸집 불리기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부채는 쌓여갔다.

      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의 M&A도 두 회사의 막대한 부채가 걸림돌로 꼽힌다. 워너브라더스는 2년 전 디스커버리를 인수하며 큰 빚을 졌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부채 규모가 451억달러(약 58조6500억원)에 이른다. 디스커버리 인수 이후 2년 만에 또 대형 M&A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라는 해석이다. 파라마운트 또한 케이블 TV 시장 침체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파라마운트의 부채는 140억달러(약 18조원) 규모다. 합병 추진 소식 이후 양사 주가는 모두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티빙과 웨이브 양사도 실사를 거쳐 내년 합병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CJ와 SK 측이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을 위한 뜻을 모아보기로 했지만, 무엇보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FI(재무적 투자자)를 포함한 각각의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콘텐츠웨이브는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 프리이빗에쿼티(PE)를 대상으로 5년 만기 사모 CB 2000억원을 발행했다. 상장을 약속한 기한이 지나면서 콘텐츠웨이브는 투자자에게 정해둔 수익률을 얹어서 투자금을 돌려줘야한다. 이 CB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FI 측이 합병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채 해결뿐 아니라 수익성 제고도 급선무다. 양측은 통합 후 불어난 MAU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플랫폼 통합으로 감축한 비용을 콘텐츠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단순히 몸집을 불린다고 수익성이 단기간에 좋아지길 기대하긴 어렵고, 시장 판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글로벌 OTT에 대항해 토종 업체들이 생존하려면 쿠팡플레이와의 연합(?)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SK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브는 자금 여력이 크지 않다. 작년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59억원에 불과하다. 티빙 또한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 측에서 합병 후 웨이브의 부채 부담까지 나누려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주주간계약 상 회사의 매각이나 합병 등의 이슈에 FI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라며 "만약 이를 어길 시, 즉 FI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CB 상환 요청 등의 페널티가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국내 모두 규제 당국이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미국에선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 M&A 규제가 강화됐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 법무부(DOJ)가 독점 여부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강화됐다.

      국내에서도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티빙과 시즌(seezn)이 기업결합에 나설 당시 합산 점유율은 18% 수준으로 1위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은 32% 수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