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産銀 손에 맡겨진 태영건설…채권단 손실 불가피, 자산 매각 등 자구안 나올 듯
입력 2023.12.28 11:03
    28일 채권단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 신청
    산은 "곧 채권단협의회 구성 계획"
    회계법인 등 세부 실사 통해 '존속 가능성' 평가
    채무조정, 신규자금 투입 등 대책 마련 논의할 듯
    자구안 필수인 태영그룹, 핵심 자산 매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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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결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워크아웃(채권단공동관리절차)을 신청했다. 앞으로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채무 만기 연장, 신규자금지원 등을 논의하게 된다. 채권단이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에서, 태영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영건설은 28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날 태영건설에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통보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은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기업이 채권단에 채무조정 등을 요청하는 제도이다. 최근 다시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근거법이다. 태영건설은 새로 제정된 기촉법 적용의 첫 사례가 된다. 

      기촉법에 따르면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14일 이내에 공동관리절채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회 소집을 통보해야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협의회 소집 통보는 오늘 오전 중으로 할 계획이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앞으로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공동관리절차가 시작되면 채권단과 기업은 협의를 통해 회계법인 등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자산부채실사를 진행하고 해당 기업이 존속가능한지 여부를 평가한다. 

      주채권은행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기업개선계획'을 협의회에 제출한다. 기업개선계획에는 태영건설의 부실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공평한 손실분담 방안이 포함돼야 하는 게 원칙이다. 즉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신규 신용공여 등이 주로 포함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 채권단엔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약도 뒤따른다.

      협의회가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한 이후부터는 한 달 이내에 태영건설과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한다. 해당 약정에는 ▲매출액·영업이익 등 기업의 경영 목표수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원·조직·임금 등의 조정 계획 ▲신주 발행 및 자본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 계획 등이 포함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인건비를 조정하는 등 추가 이행 계획을 포함해야 하고, 기업의 주주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2023년 9월말 기준 태영건설의 총차입금은 1조2600억원 수준이다. PF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약 3.7배로 매우 과중한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즉 일부 채무조정과 구조조정만으로 부채를 감축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구안의 핵심은 채무상환 자금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태영건설은 올 한해 꾸준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쓸 수 있는 카드를 상당 부분 소진했다는 점이 변수다. 

    • 태영그룹은 태영건설과 SBS, 블루원, 에코비트 등을 주요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태영그룹 내 포함한 기상장사 4곳과 비상장사 76곳이다.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로부터 자금 4000억원을 조달해 태영건설을 지원했고, 태영그룹은 환경 계열사인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최근엔 알짜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역시 KKR에 매각했고, 관계기업인 포천파워 보통주도 장부가(42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금액(264억원)에 전량 팔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태영그룹이 현재 활용한 주요계열사 자산은 SBS와 블루원 정도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직후 SBS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현재상황에선) 워크아웃이 가장 유리한 선택지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태영건설이) 부채가 많고 활용가능한 자산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유의미한 자구책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의 위기감도 한층 고조됐다. PF 유동성 위기가 태영건설에서 멈출지 아니면 PF 노출액이 많고 미착공 등 사업 위험이 높은 건설사들까지 확산할지 예의주시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다른 건설사들에 위기가 확산하는 것이 제한됐을텐데 현재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직후 대통령실은 "시장 안정 위한 모든 조치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