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 떠올리는 개인투자자…'설마 망할까' 태영건설 채권에 베팅
입력 2023.12.29 16:05
    워크아웃 신청한 태영건설, 채권 가격 폭락
    수익률 100% 상회하며…일부 개인투자자 매수
    LG카드 떠올리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베팅
    워크아웃 수개월 소요 예상…손실 위험 어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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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장내 채권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가격이 폭락하며 수익률이 급등하자 이를 기회로 본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카드 사태 당시 부도 위기까지 겪었던 LG카드가 정상화된 점을 떠올린 일부 투자자들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배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워크아웃이 실패하거나 워크아웃과정에서 채권이 출자되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태영건설의 무보증 회사채인 '태영건설68' 채권은 장내에서 329만건 거래됐다. 한달간 일일거래량이 10만건을 넘은 일이 드물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날 태영건설이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매도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선 매도 물량의 대부분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장내 채권 거래 주체는 주로 개인투자자들이고 건당 거래 규모도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이하로 작았기 때문이다.  태영건설68은 전일대비 가격이 30% 이상 하락하며 종가(6124원) 기준 수익률이 100%를 넘었는데,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 관심이 쏠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활용한 장내 채권거래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한다. 늘어난 거래량의 대부분을 받아간 것도 개인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의 회생가능성에 베팅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내 도급순위 16위의 1군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따른 충격파가 감지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LG카드사태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LG카드가 정상화된 사례를 떠올린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이 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2003년 당시 국내 1위 카드사였던 LG카드는 늘어난 부실채권으로 부도위기에 처했다. LG카드가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구조조정 협약에 나섰고,  출자전환과 감자 등 추가 채무재조정을 추진했다. LG그룹 역시 손실을 부담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후 LG카드는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되면서 사태는 정상화됐다. 

      LG카드 관리가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LG카드 전환사채의 가격은 큰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채권을 사둔 일부 투자자들은 이후 큰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예컨대 한 개인투자자는 2004년초 LG카드 전환사채(액면가 10000원)를 6000원대에 3억원가량을 투자해 2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경우다. 태영건설은 아직 워크아웃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이 실패한단 이야기다. 그럴 경우 워크아웃은 중단되고 회사는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갈길이 멀다. 우선 채권단의 결정이 있기 까지 금융채권은 동결된다. 회사채 투자자는 이자를 받을 수 없고 만기시 원금 상환도 불투명하다. 워크아웃 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들끼리 모여서 동결된 채권을 어떻게 처리할지 투표하게 되는데, 결정에 따라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무엇보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회계법인의 실사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하므로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워크아웃을 통해서 채권이 당장 출자전환이 된 순간에 이익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돼,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 되어야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워크아웃이 실패하면 회생절차로 가게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채권은 휴지조각이 된다. 회생절차를 밟는 건설회사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무담보 채권자들의 변제율이 굉장히 낮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