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 무르익은 새해 증시, '수혜주' 찾기 분주...선반영은 '부담'
입력 2024.01.02 07:00
    국내외 물가 안정세...국채 금리도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와
    채권시장은 이미 '자체 금리 인하' 진행...언제 인하할지 관심
    금리 인하 수혜주 찾기 분주...소외됐던 바이오ㆍ리츠 등 언급
    '주가 선반영' 반도체 부담...금융ㆍ증권 역시 쉽지 않을 듯
    • 2024년 새해 증시의 첫 화두는 '과연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까'다. 이미 미국 국채 금리는 '1분기 중 인하 시작, 연내 3차례 이상 인하'를 반영하고 있고, 한국 국채 금리 역시 이런 트렌드에 이끌려 최근 1년래 최저 수준까지 내려와있는 상태다.

      바이오ㆍ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금리 인하 수혜주 찾기가 분주한 가운데, 반도체 등 내년 업황 전망이 좋은 업종의 주가가 2023년말 이미 크게 오르며 실적을 선반영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경기가 '연착륙'할지, '침체'될지 오는 2분기께 윤곽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수보다는 종목별ㆍ산업별 순환매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3년 12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3.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5개월 연속 3%대 수치이기도 하다. 국제 유가가 안정된만큼 신선식품 등 일부 품목의 가격만 안정되면 새해에는 정부 목표치인 2%대 진입이 가능할 거란 평가다.

      물가가 안정되는 추이를 보이자, 국내 금리 역시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10월 한때 4.4%선에 육박하며 증시에 '고금리 충격'을 안겼던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연말 3.198%로 거래를 마감했다. 고점 대비 27% 하락해 2023년 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역시 진정세를 보이며 한때 5.0%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3.8%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채권시장은 이미 '자체 금리 인하'를 진행한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폭이 훨씬 가팔랐던 미국의 경우 현재 3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국채 선물 가격은 연준이 내년 3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5월과 6월에 각각 한 차례씩 상반기에만 총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 국내의 경우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물론 현 기준금리가 3.5%로 5.25~5.5%인 미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인하 여력도 그만큼 적은 건 사실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국내 금융시장 역시 2024년 중 기준금리를 두 차례 가량 인하해 3.0%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신용위기(크레딧 리스크)가 터져야 인하 시점이 빨라질 거란 예상이 많은데,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트리거(방아쇠)가 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해 증시는 어떤 방향성을 띄게 될까. 의외로 2024년 증시가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국내외 증권사들의 코스피 지수 전망치 상단은 2700~2800선으로, 현 지수가 2650대임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2~5%에 불과하다.

      이는 큰 충격 없이 경기가 완만하게 하락하는 연착륙(소프트랜딩) 분위기가 2023년처럼 지속될 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물가가 고용 충격 없이 잡히는 분위기가 연출되며 연착륙설이 확산돼왔지만, 최근 발표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전조 증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경기가 일반적인 과거 사례처럼 침체로 갈지, 쉽지 않은 연착륙에 성공할진 상반기 지표를 지켜보며 가늠해봐야 할 것 같다"며 "그 전까진 소외업종이나 금리 인하 수혜주 등을 찾으려는 노력이 지속되며 종목별ㆍ산업별 순환매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 수혜주로 바이오ㆍ리츠 주식 등을 꼽고 있다. 바이오의 경우 대표적인 성장주이지만 지난 2~3년간 시장에서 소외되는 분위기였다. 고령화 등 바이오 성장 기대감은 여전한만큼, 자금 조달환경이 좋아지면 실적 및 주가 역시 재조명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주가가 지난해 10월초 저점에서 13% 이상 오른 상황이다.

      고금리로 인해 수익률 저하ㆍ배당금(분배금) 축소의 압박에 시달렸던 리츠주 역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리츠 대장주로 손꼽히는 신한알파리츠의 경우 지난해 4월 연저점을 기록한 이후 20% 이상 주가가 올랐고, 대표적인 리츠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의 경우 최근 두 달 새 8% 상승했다.

      반도체 역시 낸드플래시에 이어 디램 가격이 상승하며 내년 업황이 나아질 산업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너무 많이 올라버린 주가가 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3년에만 41% 올랐다. 디램 업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연간 주가 상승률이 87%에 이른다. 

      아직 업황 회복세가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가만 사상 최고치 근처에 먼저 가 있는 모양새다.

      최근 3~4년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대형 은행금융지주들의 실적 질주는 끝날 전망이다. 시중금리 하락세로 마진이 박해질 가능성이 큰데다, 보험 계열사의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순익 증가 이슈도 마무리 국면인 까닭이다. 금융사에 대한 각종 규제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증권사의 경우 채권 자산 평가이익 증가와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 가능성이 크지만, 부동산금융 및 금융상품 사고로 인한 우발채무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전략 담당 연구원은 "2023년 국내외 증시의 주가 상승세는 순이익(EPS)의 증가보단 멀티플(PER)의 확장이 더 크게 기여했다"며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인데, 실제 실적과 경기 관련 수치가 기대치와 어느정도 괴리를 보이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