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신청으로 '일감' 늘어난 빅4 회계법인
입력 2024.01.03 07:00
    2024년부터 PF 우발채무 현실화 전망…회계펌들 일찍이 채비
    삼일·삼정, PF 관련 센터 신설, 안진·한영은 기존 팀 활용
    "새해부터 일감 늘 것" 기대감…낮았던 수수료율도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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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군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PF 사업장 정상화, 부실채권(NPL) 매각 등 관련 자문 일감 확보를 위해 조직 신설에 나섰던 회계법인들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당장은 금융기관들이 거듭 PF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탓에 자문 수요가 많지 않지만, 2024년부터는 일감이 늘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부동산 PF 관련 대출 만기는 2023년 말부터 본격 도래하기 시작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브릿지론 만기는 2023년과 2024년에, 본 PF 만기는 2024년과 2025년에 집중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으로선 금융기관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이자 수취를 포기하면서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대주단 협약을 통한 PF 대출 만기 연장을 권고하던 금융당국이 '옥석가리기'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간 이자 상환을 유예하면서까지 만기 연장을 해주던 저축은행들 또한 최근 이자를 받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늘어날 부동산 PF 부실 관련 자문 수요에, 회계법인들은 일찍이 채비에 나서왔다.

      2023년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건설사 대상 PF 사업장 정상화 자문 ▲금융사 대상 PF 채권 및 브릿지대출 매각, PF채권 매수 자문 ▲시행사 대상 부동산 개발 보유 사업장의 기한이익상실(EOD) 위험 조기 진단, PF채권 만기 도래 예정 사업장에 대한 리파이낸싱 구조 수립 및 투자자 유치 관련 자문 등을 포괄하는 업무를 종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6월 30명 규모의 'PF 채권 토털케어 센터'를 조직했다. 이어 기존 7개 본부에서 10개 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하면서 부동산 서비스 전문 본부인 10본부를 신설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같은 해 10월 'PF 정상화센터'를 발족했다.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겪어본 인력들을 주축으로 9명 규모의 팀을 꾸렸다. 해당 조직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추진하는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 구성을 자문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그간 PF발 위기 관련 자문을 담당해온 기존 조직 '재무자문(FAS)본부 내 부동산인프라(REI)부문'을 통해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한다. AP(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투자기관과의 매칭 서비스도 적극 제공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영회계법인은 전략·재무자문본부(SaT)부문 산하 NPL팀을 통해 은행권 NPL 매각 자문을 지속 이어간다. 고금리 기조에 인수합병(M&A) 딜(Deal) 자문 일감이 줄어든 SaT부문 내 인력들을 대상으로, NPL팀으로의 부서이전(Transfer) 지원을 받는 등 충원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 부실이 현실화하지 않은 터라 해당 부서들에 할당된 업무량이 많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NPL 투자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증권사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출을 제공한 금융기관들이 회수 방안을 묻기 위해 회계법인을 찾는 정도다. 2024년부터 PF 부실이 본격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짙은 만큼, 회계법인들도 해당 시기에 맞춰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받을 NPL 매각자문 수수료율이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회계법인이 받는 은행권 NPL 매각 자문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있었다.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달리, 대주단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는 등 PF NPL 구조가 복잡해진 까닭에 자문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수수료율도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자문 수임 경쟁에 따라 수수료율을 높이는 것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간 회계법인들은 은행권 NPL 매각 자문 수수료를 낮게 책정해왔다. 통상 NPL 입찰매각 시 자문 수수료는 매각 규모의 30bp~40bp(1bp=0.01%) 수준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라며 "금융기관 내에서 소위 '비용 부서'로 불리는 여신관리부서가 영업상대인 만큼 회계법인은 수수료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영업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NPL 매각 자문 수수료율 상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