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낙마'에 다시 정풍(政風) 안으로 들어간 포스코
입력 2024.01.03 15:27
    취재노트
    3일 후추위 8인 내부평판조회 대상자 선정
    최정우 회장 평판대상서 제외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공정성' 발언 이후
    엿새만에 최 회장 후보서 배제
    KT에 이어 포스코까지, 정치권 입김 속으로
    국민연금發 관치 논란 적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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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치권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포스코그룹의 현실이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세번째 임기에 도전하던 최정우 회장은 차기 CEO 후보에서 배제되며 결국 낙마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회장 선임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지 엿새만이다. KT 대표 선임 논란에 이어 포스코까지, 국민연금을 통한 관치(官治)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홀딩스는 3일 후보추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전원 참석한 회의에서 최정우 현 회장을 제외한 8명을 평판조회대상자로 선정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추위의 구성원 7명은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최 회장 재임기간 선임 또는 재선임된 인사들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내외부 차별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유일한 주주이기도 한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규정하며 주주권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었다.

      사실상 포스코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주주로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은 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후추위 구성원들이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했고 최 회장은 결국 외부기관의 평판조회 대상자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최 회장 스스로 연임을 포기했는지, 후추위 내부적으로 배제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이사장의 발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태현 이사장은 과거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 구성과 대표 선임에 주주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하듯 서원주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취임 이튿날, KT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투명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KT는 7차례 심사를 거쳐 선정한 대표이사 후보 지명을 CIO 발언 이후 철회했다. 대표이사 자리는 9개월 동안 공석으로 방치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주인 없는 기업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연금 CIO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KT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여권 출신 인사 18명이 KT 대표이사 후보에 지원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재현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후추위는 외부인사의 평판 조회를 마친 후 이달 17일 후보자 롱리스트를 확정한다.

      국민연금은 대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서한을 보내고, 경영진을 면담하는 등 주주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또한 필요한 역할 중 하나다. 다만 KT와 포스코 사례와 같이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모습이 자칫 ‘낙하산 인사의 예고’로 비쳐질 수 있단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국민연금 CIO와 이사장의 발언으로 인해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오히려 투명성을 의심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포스코그룹이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업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역대 회장들중 연임 임기를 마친 인사는 최정우 회장이 유일할 정도로, 정권의 손바뀜에 수장이 매번 교체됐다. 회장이 바뀌자 포스코의 내부 기조가 180도 달라지면서 혼란이 가중했다.

      총선을 불과 세 달여 앞 둔 상황에서 포스코는 또 정치권 태풍에 휘말렸다. 주주, 투자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은 또 다시 변모하게 될 그룹의 기조에 긴장하고 있다. 새로 선임될 포스코의 새 수장은 외풍(外風)에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동시에 이를 끊어내야 하는 아무도 풀지 못한 숙제를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