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포스코도 무릎 꿇었는데…'철옹성' KT&G는 '4연임' 가능할까
입력 2024.01.09 07:00
    KT&G, '개방형 공모제'로 지배구조 선제 개선 행보
    이사회 등에 업은 백복인 사장, 4연임 신기원 열까
    행동주의펀드는 "말장난 밀실투표" 작심 비판도
    KT·포스코는 국민연금 막혀 수장 연임 무산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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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의 4연임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G는 KT,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으로 사장 선임 때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사회의 강력한 비호로 외풍의 영향을 최소화해왔다. 작년 KT에 이어 올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이 무산된 가운데 KT&G가 이번에도 대표이사 연임안을 고수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행동주의펀드들이 여러 해 동안 KT&G의 경영에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큰 성과는 없었고, 결국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사장 선임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KT&G는 작년 말 차기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숏리스트)를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오는 10일까지 차기 공개 모집 서류 접수를 마무리한다. 이후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가 후보군을 압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심층면접 등을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면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차기 사장이 선임된다.

      백복인 사장이 4연임에 성공하느냐가 관심사다. 백 사장은 2015년 10월 최초 공채 출신 사장으로 취임 후 두 차례(2018년, 2021년) 연임했다. 아직 4연임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포기 의사도 밝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의 4연임 도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백복인 사장이 연임에 도전하면 이사회의 지지가 예상된다. KT&G 이사회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의 간섭에 강한 거부감을 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이사회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적도 없지 않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사회는 민간 기업의 의사 결정은 회사 내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특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연임 결정 때도 사외이사 전원이 백 사장 연임 건에 찬성을 던진 바 있다.

      철옹성 같은 KT&G와 이사회의 뚝심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비슷한 처지의 KT와 포스코는 작년과 올해 각각 사장 연임 길이 막혔다. 완전한 민간 기업이란 주장이나, 외국 주주의 지지가 굳건할 것이란 기대는 별다른 힘이 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과거보다도 더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KT&G는 국민연금, IBK기업은행 등 정부와 가까운 성향의 주주도 많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KT든 포스코든 정부가 바뀌면 수장이 내려오거나 연임은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며 "사정이 비슷한 KT&G가 이번에도 내부 의지로 사장 인선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KT&G는 앞서 KT와 포스코가 대표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해 차기 사장 선임에 ‘완전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했다. KT&G는 국민연금이 개입해 현 대표의 연임을 막은 KT나 포스코와 달리 시작부터 개방형 공모제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사장 선임 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꼬투리 잡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행동주의 펀드는 “말장난 밀실투표”라며 비판하 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등 3단계 기구 모두 백 사장 임기 내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며 “인선자문단이니 외부전문가니 하면서 가장 중요한 최종 후보 선정은 결국 이사회 단독 결정”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FCP는 앞서 지난해 KT&G 주총에 주주제안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FCP과 안다자산운용 등이 주주제안으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 등 ‘스타 경영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제시했으나 좌절됐다. 행동주의펀드가 올해도 작년처럼 적극 공세를 펼지 미지수다. 안다자산운용은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이끌던 박철홍 대표가 지난해 퇴사하며 동력을 잃었다. FCP도 올해 주총서 행동에 나설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백복인 사장의 4연임 여부는 3대 주주인 국민연금(6.31%)의 입장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에 KT&G가 압승한 것도 당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7.1%)이 이사회 측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백복인 KT&G 사장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이 나온 바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첫 연임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중립을 선언했다. 당시 2대 주주(6.9%)였던 IBK기업은행이 공개적으로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IBK기업은행의 최대주주가 정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백 대표의 연임에 반대한 셈이었다. 당시 의결권 행사를 발표한 기관투자가(25곳) 중 절반가량이 반대를 하기도 했고, 정부도 반대 의사를 낸 것이라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바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주총 하루전날 중립을 선언했고 판세는 연임으로 기울었다. 

      정부의 입장도 변수다.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KT&G 사장 인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현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해 소유분산기업의 경영 및 경영진 교체에 목소리를 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민영화 3형제’ 기업인 KT 구현모 전 대표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연임 가도를 막은 것은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기관투자가들이 KT&G에 대해 굳이 ‘핵심 고객’인 국민연금과 다른 표를 던질 유인이 많지 않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을 제치고 KT&G의 최대주주(6.93%)에 오른 IBK기업은행이 1차 심사를 전후로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KT나 포스코의 대표 재선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KT&G 사례에선 행동주의펀드가 문제삼는 부분과 국민연금이 중요시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보일 지는 미지수”라며 “그동안 회사 경영상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보니, 행동주의펀드가 기존 주장 외에 새로운 카드를 갖고 나오지 않는 이상 올해도 시장 지지를 받을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