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IPO에 '케이뱅크' 주관사들도 도전...예상 기업가치 15兆 이상 써내
입력 2024.01.10 07:00
    목표 기업가치 9~10兆 거론…증권사들은 15조원 이상 써내
    '피어그룹 산정'이 과제, 예전만 못한 핀테크 투자심리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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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플랫폼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 작업이 본격적인 수순에 들어갔다. 결국 '기업가치'가 주관사 선정 여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막판 눈치 작전이 치열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증권가 안팎에서 '9~10조원' 안팎의 가치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선 10조원 이상을 써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할인 적용 전 기업가치 기준 15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핀테크 투자 심리가 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 설득 논리도 이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9일 증권사들로부터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접수 마감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약 2주간의 준비 기간을 부여했던 바 있다. 

      이번 RFP에는 향후 실적 예측, 국내 핀테크 산업 규제 환경 및 잠재적 규제 방향성 등 까다로운 질문들이 다수 포함돼 있던 터라, 해당 제안서를 채워나가는 데 많은 증권사 관계자들이 연말 연휴도 반납하고 진땀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주관사 후보군인 증권사들은 기업가치로 10조원 중후반대 수준을 써낸 것으로 확인된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난 7월 기준 누적 투자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최근까지 9조1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아왔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장외가 기준 시가총액이 한때 20조원에 달했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열기가 한 풀 꺾이며 현재는 장외주가도 9조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여기에 올해 실적 성장분 등 미래가치를 일부 반영하면 10조원이라는 가치가 산출된다는 게 대략적인 예측이다.

      다만 토스가 목표하는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에 대해 투자자 설득 논리를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그룹 금융사들이 증시에 입성하던 당시보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가치산정이 박해진 것이 사실인 까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플랫폼기업에 대한 고평가가 극에 달했던 시기 상장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역시 고밸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은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만큼 이전처럼 기업가치를 무한정 높게 볼 수 없다는 논리가 일단 득세하고 있다.

      유사기업 산정도 난관이라는 평가다. 일단 국내 인터넷은행 상장 선례인 카카오뱅크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은행업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등 여러 사업을 두루 영위한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을 모두 활용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수수료 기반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조원이라는 기업가치는 다소 과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선구자인 카카오그룹 금융사들이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해 이를 활용하면 되겠으나, 이들 개별 기업보다 사업구조는 일반 금융지주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 고민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10조원 안팎으로 언급되는 '초대어'가 오랜만에 시장에 등장한만큼,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앞서 케이뱅크 IPO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또한 제안서 작성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은 비바리퍼블리카의 핵심 사업부문 중 하나인 인터넷은행 경쟁사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비바리퍼플리카는 이들에게도 RFP를 배포했고, 이들 역시 대어급 거래의 희소성을 감안해 일단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IPO 주관사 선정의 경우라면 경쟁회사 주관사는 RFP 배포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했을 거라는 점에서, 이번 RFP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며 "IPO 주관사 선정을 '비용이 들지 않는 전략 컨설팅'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그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