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물 금리 '최상단' 발행 미래證…수요예측 앞둔 삼성·KB도 긴장
입력 2024.01.11 07:00
    미래證, 수요예측서 3년물 금리 밴드 최상단 29bp
    물량은 채웠지만…높은 금리에 중·소형사 긴장감↑
    PF·해외투자 익스포저에 녹록치 않은 증권채 투심
    이달 삼성·KB證 수요예측 대기…상황 더 지켜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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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증권(이하 미래에셋)이 올해 첫 증권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다만 태영건설 사태로 위기감이 고조된 부동산 PF 부실과 여전한 해외투자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로 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신용등급 AA0의 우량 증권사 중 하나인 미래에셋이 비교적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발행을 앞둔 다른 증권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연초 효과에 힘입어 일반 회사채가 조단위 자금을 끌어모으며 언더 발행에 성공하는 등 연일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증권채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데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전날 진행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6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각 트렌치별로 2년물 500억원에 1600억원, 3년물 2200억원에 3400억원, 5년물 300억원에 1000억원의 주문을 받아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금리는 높게 책정됐다. 2년물과 3년물, 5년물이 민평금리 대비 각각 15bp(1bp=0.01%포인트), 29bp, 18bp 높은 수준을 보이며 모든 트렌치에서 민평금리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3년물의 경우 제시한 가산금리 밴드(-30bp~+30bp)의 최상단으로 발행하게 됐다.

      미래에셋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한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9년 1월 발행한 49-2회 무보증사채 1600억원과 2022년 3월 발행한 58-1회 무보증사채 4200억원의 채무를 상환할 예정이다. 두 사채의 이자율은 각각 2.691%와 2.867%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8일 기준 3년물 민평금리는 4.048%로, 가산금리 29bp를 더하면 이자율은 약 4.3%까지 오르게 된다.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더 비싼 금리로 상환하면서, 높아진 이자비용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이 수요예측에서 주문 미달이 나진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증권채에 대해 위험 대비 수익을 깐깐하게 분석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려 사항으로 꼽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이 타사보다 해외투자 비중이 높았던 것이 투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미래에셋의 해외투자 비중은 약 40%로, 증권사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부실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높은 해외투자 비중은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3분기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과 프랑스 마중가타워에 대해 1000억원이 넘는 평가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부동산 PF 리스크 등에 따라 악화한 증권채 투심이 올해까지 이어졌단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직전 발행된 증권채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발행한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인데, 당시에도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금리가 높았다"며 "태영건설 사태로 연초 투심이 더 악화하지 않고 수요예측 물량을 채운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투자증권은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2년물과 3년물의 금리가 민평금리 대비 각각 26bp, 29bp 높은 수준에서 확정된 바 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3년물 기준 5%가 넘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미래에셋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선 연초 조달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편이다.

      9일 미래에셋을 시작으로 17일 삼성증권(2500억원)과 24일 KB증권(4000억원) 등이 증권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대기하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이들의 결과까지 지켜보고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미래에셋의 수요예측 결과만으로는 증권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심을 확인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이달 예정돼 있는 삼성과 KB증권까지 확인을 한 뒤 중소형사들이 조달 전략 수립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