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확장보단 내실'...KBㆍ신한지주 '전략ㆍ재무' 인사 함의는
입력 2024.01.11 07:00
    KB금융, CSO에 소비자보호 직무 경험 인사 임명
    재무는 은행 CFO 발탁해 업무 연속성...ELS 사태 등 대응
    신한, CFO 직무에 계열사 관리 추가하고 신진 인사 발탁
    자회사 정비ㆍ주주가치 등 핵심 업무 맡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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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대형금융그룹의 지주 및 핵심 자회사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인사에 담긴 최고경영자(CEO)들의 함의가 주목받고 있다. 그룹의 핵심을 담당하는 전략담당(CSO)과 재무담당(CSO) 임원의 발탁 배경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이들 인사엔 최근 그룹이 처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단 분석이다. 위기 대응과 조직 안정, 주주 가치 제고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역점을 둔 인사란 평가다. 주요 금융그룹의 새해 경영 방향은 '비은행 확장ㆍ자산 확대'로 대표되는 지난 3년간의 성장 정책과는 궤도가 달라질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지주 임원 인사를 통해 이승종 전 KB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장을 전략담당(CSO) 임원으로 발탁했다. 신임 이승종 CSO는 1966년생으로 은행 전략본부장, 소비자보호본부 전무 등을 거쳤다. 지주 안팎에서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발탁으로 전해진다.

      이 CSO의 발탁 배경으로는 사모펀드 사태가 은행을 강타했던 2019년부터 2년간 소비자보호본부를 이끌었고, 경영지원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사내 금융윤리 및 자금세탁방지 교육체계를 구축한 점 등이 손꼽힌다. 앞서 국민은행 전략본부장으로 근무해 전략 부문 업무 경험도 갖추고 있다.

      KB금융의 새해 핵심 현안 중 하나로는 홍콩H지수 기반 주식연계증권(ELS) 사태 대응이 꼽힌다. 은행을 둘러싼 규제 이슈가 점점 커지고 있는만큼,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지적된다. 이 CSO 발탁은 향후 그룹 전략 방향에 이런 현안을 반영하려는 양종희 회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 김세민 CSO는 외부 출신(우리파이낸셜)으로 KB캐피탈에서 중고차거래플랫폼 'KB차차차'를 성공시키는 등 KB금융 비은행ㆍ신사업 확장의 상징 같은 역할을 했다"며 "이번 CSO 교체는 외연 확장보다는 이슈에 대응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양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신임 재무담당(CFO)인 김재관 부사장의 경우 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CFO) 출신이다. 그룹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의 재무를 지난 2년간 담당해왔던만큼, 안정성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된다.

      ELS 관련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국민은행이 거액의 손실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여전한 상태다. 당면 이슈를 잘 이해하고 있는 CFO를 지주에 세움으로써 면밀하게 대응하려는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역시 진옥동 회장의 '내실 경영'에 초점이 맞춰진 임원 인사가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재무부문에 힘을 실어주며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것이란 후문이다.

      새로 재무부문장(CFO)에 선임된 천상영 부문장의 경우 경영관리팀 본부장, 원(One)신한지원팀 본부장을 거치며 그룹과 자회사의 핵심 경영 이슈에 대한 관리와 지원에 특화된 인재로 꼽힌다. 개편된 재무부문엔 하부 조직으로 사업지원파트가 신설됐는데, 이는 이전의 '원신한부문'을 재편한 조직이다. 재무부문이 기존의 재무ㆍ회계ㆍ투자자관계(IR)에 더해 자회사 관리 업무까지 맡게 된 것이다.

      천 부문장의 발탁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천 부문장은 1969년생으로, 지주에서 원신한전략팀장을 맡기 전엔 카드 글로벌사업본부장, 은행 글로벌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실무자 시절엔 일본 SBJ은행(신한은행 일본법인) 등에서 현 진옥동 회장과 4년여간 손발을 맞춘 것으로 알려진다.

      진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내실 중시ㆍ주주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세우며 분기배당ㆍ자사주 매입 소각 등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과중하게 늘어난 보통주 수를 줄이고, 조직 및 계열사를 슬림화하는 것 역시 중점 사항으로 확인된다. 진 회장이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재무와 연계돼있는데, 이를 총괄할 재무부문장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해 앉힌 것이라는 해석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전략부문장(CSO)은 교체되지 않았다. 고석헌 현 CSO는 2022년말 2년 임기를 받아 아직 올해 말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고 CSO는 지난해 하반기 신한은행ㆍ신한카드 합병, 자산운용 계열사 통합 등 계열사 지배구조 효율화 검토 등의 지시를 수행했다. 일단 지난해 신한AI를 청산했고, 올해에도 관련된 작업을 계속 총괄할 전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과 진옥동 회장 모두 신년사 첫 화두로 '상생과 공존', '상생금융 실천'을 꼽았다"며 "그룹 경영의 핵심방향이 외부 지향에서 내부 관리로 바뀐 게 인사 기조에서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