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론 속도 내는 홍콩ELS 사태…책임소재 어디까지 올라갈까
입력 2024.01.11 07:00
    이복현 금감원장, "2~3월내 ELS 불완전판매 최종 결론 내리겠다"
    관리부실 책임 물을듯…불완전판매 건수·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관건
    당국 판단에 주시하는 업계…"책무구조도에선 은행장 제재감" 목소리도
    • 조사·결론 속도 내는 홍콩ELS 사태…책임소재 어디까지 올라갈까 이미지 크게보기

      #"ELS 불완전판매 사건이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기 전에 발생해서 다행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됐다면 일선 현장을 담당하는 리테일 임원, 본사 리스크관리 임원 뿐 아니라 은행장까지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은행권 관계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책임소재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을경우 은행장이 제재 당사자가 됐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은행권에선 당국의 판단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 현장검사에 지난 8일 착수했다. 이달 중 나머지 10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서도 현장검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설명 부실히 한 것 외에도 홍콩 증시 위기 상황에 판매 한도를 늘리거나 판매 실적을 KPI(핵심성과지표)에 포함하는 등 판매 감독이 부실했다는 방증이 여럿 드러나면서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밝혀지며 판매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최종 결론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논의는 책임소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2~3월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히고 "거 벌어진 일을 어떻게 손실분담 내지는 책임소재를 정리할지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곳으로 직접 언급되기도 한만큼 긴장감이 높은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았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액은  8조4100억원인데 이 중 절반인 4조7726억원이 KB국민은행 취급액이다. 손실을 본 고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돼 관리부실의 책임소재도 가장 엄격히 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불완전판매 건수·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등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처럼 상품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외생적인 변수에 의해 발생한 손실분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재투자자의 비중이 90% 이상인만큼 투자자 책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내부통제 책임이 판매사에 있지만 이번 손실에 대해 전적으로 은행의 책임이라고 보긴 어렵다. 불완전판매가 얼마나 많았는지에 따라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무구조도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및 임직원의 책임소재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했느냐가 중요한데, 이 경우 당국에 판단이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즉, 책임소재가 업무일선에서 끝날지 은행장까지 올라갈 사안인지에 대해선 금융당국에 달려있단 뜻이다. 

      이번 사태로 시중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준비 등 내부통제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 관련 법 시행은 올해 7월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 달리 작년 말에서야 본격 책무구조도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 컨설팅사들은 이번 ELS 불완전판매사고와 관련해 제재 시나리오를 짜는 등 준비에 여념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컨대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을 경우 은행장 제재가 예상되는 엄중한 사안이란 평가다. 그런 점에서 ELS 제재가 책무구조도 도입 필요성 및 구체적인 제재 사항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차적으로 상품 판매를 관리감독하는 리테일 임원과 상품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리스크관리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장기간 반복되는 시스템적 실패로 보여 은행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ELS사태와 관련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을 경우 책임소재가 어느정도까지 올라갈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바 있다. 홍콩 증시 상황 등 위기 신호가 있었음에도 판매사에서 이를 감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KPI에 포함시키는 등 은행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판매한 건이다. 은행장 책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