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 달라진 금융사 대관 업무…금융지주 때리기에 회장님도 '선봉'
입력 2024.01.12 07:00
    금감원에 이어 공정위까지 금융사 문제점 거론
    과거보다 금융지주 대관업무 중요성 더욱 커져
    브랜드 관리 차원보단 전략적 접근 필요해
    대관능력이 경영능력 된 금융 현주소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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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가운데 공정위원회까지 금융사 담합을 문제 삼고 나서며 대관 업무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연말연초 인사를 통해 대관 라인을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최고경영자(CEO)인 회장까지 대관 업무에 신경쓰는 모양새가 포착되며, 금융지주 본연의 업무보단 오히려 대관 업무가 경쟁력이 된 세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를 40% 이상 하회하는 실적이 예상된다. 상생금융 비용 등 정부 압박에 따른 비용 증가가 중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올해에는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홍콩 ELS 배상 기준안이 조만간 나올 것이란 관측 속에서 금융지주들은 상당한 규모의 배상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역시도 금융지주 입장에선 비용이다. 여기에다 공정위까지 나서서 대출담합 건을 조사하면서 경우에 따라선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압박이 거세지다 보니 금융당국을 비롯해 유관 정부부처, 국회까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대관업무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4대 금융지주의 경우 대관업무는 대부분 ‘브랜드홍보’ 조직에서 관리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비용부서로서 대관업무도 일종의 비용 측면에서 접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대관 업무 선봉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의 경우 장광익 우리금융 브랜드부문 부사장이 대관업무를 담당한다. 장 부사장은 MBN에서 보도국장, 기획실장을 거쳐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우리금융에 합류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관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우리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관료 출신이란 점에서 대관 업무도 직접 챙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룹의 회장과 부사장이 직접 대관을 나서다 보니 이전보다 실무 조직은 약화했다는 평가다. 더불어서 임 회장 부재시에는 대관 업무 공백이 예상된다. 대관 업무의 특성상 실무진 시절부터 오랜기간 네트워크를 쌓는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임 회장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서 대관 업무가 회장의 주요 업무가 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이 챙겨야 할 이슈가 하나둘이 아닌데 대관업무가 주요 업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대관조직이 유명무실해 졌다”라며 “위에서 대관을 직접 나서다 보니 파워풀 할 수는 있으나 임 회장 임기가 끝나면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은행의 김광재 브랜드홍보 그룹장이 대관업무를 맡고 있다. 지주에선 공식적으로 대관부서를 두고 있지는 않고 전략이나 재무, IR 등 각 부문에서 필요할 때마다 대응하고 있다.

      작년까진 지주에 홍보를 맡던 안준식 부사장이 총괄했지만, 안 부사장이 자리를 떠나면서 김 그룹장이 총괄하는 형태가 됐다. 김 그룹장은 대관 업무 경험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그룹장은 임원 관련한 대관 업무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안 부사장과 같은 역할이다. 신한금융은 실무진들에게 대관 업무를 맡겨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내부에선 전략조직에서 대관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 관리로만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룹 전략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신한에선 전략조직에서 대관을 담당했다. 더불어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사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신한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관업무를 오래한 인사들이 빠지는 등 신한금융의 대관 역량 약화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김창현 홍보본부장이 맡고 있다. 홍보본부에는 대외협력부와 홍보부가 포함되어 있다. 그룹에선 홍보그룹을 총괄하는 이은형 전 부회장이 대관업무도 같이 담당하는 모양새다. 작년말 인사에서 부회장제를 없앤 하나금융은 이은형 부문장에게 그룹ESG·그룹글로벌·그룹브랜드 부문을 맡겼다. 또 홍보본부는 ESG그룹에 속해 있는 만큼 오정택 부행장이 ESG그룹장을 맡으며 대관 및 홍보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김창현 본부장은 대외협력, 홍보부를 두루 거쳤으며 오 부행장 역시 은행 홍보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KB금융은 다름 금융지주와 달리 기획조정부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한다. 기획조정부는 전략담당 산하에 부서로 박찬용 기획조정부장(부행장)이 지주와 은행을 겸직한다. 박 부행장은 국민은행 기획조정부에서 상무, 전무를 거쳐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윤종규 회장의 국감 출석 논란이 있었을 때에도 박 부장이 대관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윤 회장 고발을 진행하려 했지만, 위원장 및 여야 간사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유아무야 미뤄지다 결국 회기가 끝났다. 이후 당시 전무였던 박 부장은 연말 인사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고, 기획조정부장직에서도 유임됐다. 

      다만 KB금융의 경우 윤 회장 부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 회장이 대관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이를 대신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관 업무 역량이 실적에도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시점이다”라며 “금융지주가 사업적인 고민보다 대관이 중시된다는 점은 현재 우리 금융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