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에서 '긴축'으로…올해 SK그룹 팔아야 할 매물은 무엇?
입력 2024.01.15 07:00
    유동성에 기대 확장했지만 재무부담 커져
    각 사업 영역에서도 긴축 기조 이어질 듯
    특수가스, 탱크터미널 등 인프라 자산 주목
    베트남 투자 자산, 화학사업도 잠재 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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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SK그룹을 관통할 핵심 화두는 ‘긴축’이 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의 확장 성과가 철저한 미래 전략보다는 시장 유동성에 기인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고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도 커졌다. 작년부터 본격화한 자산 효율화 작업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어떤 매물이 나올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작년 초부터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거론됐다. 오랜 기간 쌓은 네트워크와 재무 역량을 바탕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사업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해졌다. 작년 말 정기인사에서도 긴축 분위기가 드러났다. 신규 임원 숫자는 대폭 줄였고, 수펙스추구협의회의 투자 기능은 SK㈜로 모았다. 이 외에 여러 조직이 합쳐지거나 규모가 줄었고, 비용 감축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그룹 전반의 사업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면 시장에 내놓아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예전엔 성장 전략을 짜서 투자자를 모았다면, 작년부터는 있는 자산 자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파이낸셜 스토리 구현보다 자산 처분이 경영진의 중요 평가지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M&A 업계 관계자는 “미래 사업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밸류체인에서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성이 낮은 사업은 매각 혹은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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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는 그간 투자센터들을 운영하면서 각 담당 계열사와 따로 또 같이 투자하는 전략을 펴왔다.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 잇따른 확장에 재무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큰데 특수가스 사업을 하는 SK스페셜티를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등에 필요한 특수가스(NF3, WF6, SiH4 등)를 제조하는 회사다.  NF3, WF6는 세계 점유율 1위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의 과실을 누릴 것이란 평가도 있지만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면 가장 유용한 카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외국계 투자사들은 기업 경영권보다 인프라 성격 거래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기도 하다. 2022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설비도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인수한 바 있다.

      SK그룹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마산그룹, 빈그룹 등 베트남 관련 투자도 잠재적인 회수 대상으로 꼽힌다. 작년 초부터 이미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 격차, 투자자의 지급보증 요구 등으로 결실을 거두지 못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룹의 캐시카우지만 핵심 자회사 SK온의 투자금 마련 고민이 간단치 않다. SK온 지분을 활용하거나 기존 대출금을 출자전환 하는 안 등을 고민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회사는 과거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을 팔아 유동성을 마련했는데, 앞으로도 자회사 자산들을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SK에너지에서 인적분할된 탱크터미널 사업은 인프라 투자자의 관심을 받을 자산으로 꼽힌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도 작년부터 NCC(Naphtha Cracking Center) 관련 사업을 정리하길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논카본(탈탄소)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도 관전 요소로 꼽힌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SK스페셜티의 산업가스, SK이노베이션 쪽의 탱크터미널 사업 등이 유잠재적인 유동성 확보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며 “이런 자산들은 인프라 성격을 갖고 있어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산 매각이나 효율화 부담이 적은 곳들도 있다. SKC는 박원철 사장이 부임한 후 필름사업과 SK피유코어 등을 매각했고 ISC 인수로 신사업 위주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생산 역량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당장 자산 매각보다는 M&A,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 회수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SK스퀘어는 자금 부담에 11번가 인수 권리(콜옵션)를 포기했고, 웨이브 합병 등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