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통합 반발한 한미그룹 장남, 사모펀드(PEF) 지원 업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1.16 07:00
    12일 OCI-한미약품 그룹 통합 전격적으로 결정
    장남 임종윤 사장 ‘통보 없었다’며 반발 움직임
    시장에선 PEF 도움 업고 세대결에 나설지 주목
    몸값·평판 위험·명분 싸움 PEF 부담 크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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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유례 없는 그룹 간 통합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업계의 관심사는 임 사장이 사모펀드(PEF)의 도움을 받아 세력 대결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가 조현식 고문ㆍ조희원씨의 우군으로 나서면서 공개매수를 시도한 것과 유사한 '투자구조'가 가능하겠느냐는 궁금증인 셈이다.  

      지난 12일 OCI그룹과 한미그룹은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 취득 등을 통해 그룹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 8.4%)를,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각각 갖게 된다.

      당초 송 회장과 임 사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작년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약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라데팡스가 자금 모집에 실패하며 거래는 무산됐다. 이후 라데팡스가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한 끝에 송 회장 측과 OCI그룹이 손을 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OCI-한미그룹 통합에 대해 고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룹이나 가족에서 어떤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신약 개발 역량이 부족한 OCI와 통합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모펀드 등과 함께 세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나왔다. 

      이미 라데팡스의 투자 무산 후 여러 투자자들이 한미그룹 오너일가 양측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긍정적인 전망은 많지 않은 편이다. 

      PEF는 불확실성이 최대한 제거된 상태에서 투자하길 바라는 성향이 강하다. 그간 오너일가 내 경쟁에 관여해 실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정상적인 이사회 승인까지 거친 사안을 뒤집을 명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PEF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임종윤 사장이 PEF 등 외부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반격에 나서기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작년 9월말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6.64%에 달한다. 이 중 송영숙 회장(12.56%)과 임종윤 사장(12.12%), 임주현 사장(7.29%), 차남 임종훈 사장(7.20%)이 4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주요 주주긴 하지만 이사회 멤버는 아니다 보니 정상적으로 의결된 사안에 대해 제동을 걸기 쉽지 않다.

      PEF와 함께 지분 매집에 나서려 해도 선택지가 좁다. 실제 쓸 만한 카드는 공개매수인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상하며 한미사이언스 시가총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이론적으로는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 중 몇의 지원을 받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그만한 자금력이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는 것이다. 진짜 움직이면 주가는 더 올라간다. 행동주의펀드는 힘이 부치고 웬만한 대형 PEF가 아니고선 비경영권 지분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긴 쉽지 않다.

      한 PEF 고위 임원은 “PEF와 함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확보하려면 결국 공개매수밖에 없는데 3조원을 넘는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실제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며 “임종윤 사장이 하방 위험을 막아준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럴 자금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탄 있는 유력 PEF들이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변수다. 

      국내 출자자(LP) 및 금융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PEF들은 기업의 분쟁 상황에 끼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과거 아워홈이나 한국앤컴퍼니 등 기업에서 형제간 분쟁이 있었을 때도 주요 PEF들은 이후 분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며 발을 담그지 않았다. 한 대형 PEF 임원은 “경영권 분쟁 거래엔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이 시장을 설득할 명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달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선 현 경영진의 비위, 지배구조 개선 등 명분이 있었고 공격자들은 지분에 대한 권리도 내려놓는 등 총력전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단순히 통보를 못 받았고, OCI와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지적만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움직인 모녀 쪽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녀는 선제적으로 움직이며 일찌감치 대형 법무법인들을 선임해 대응 논리 마련에 나섰다. 상속세 등 세금 문제도 해결할 방도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CI와 한미그룹 모두 IR회사를 고용해 본격적인 통합 논리 설파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대형 PEF 임원은 "이런 분쟁 상황에선 형제간 역학관계를 살펴야 하고, 드러나 있지 않은 계약들이 어떻게 돼 있는지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