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흥행' 현대힘스 IPO 청약해볼까...계열사 의존ㆍ조선업황은 '부담'
입력 2024.01.16 07:00
    현대힘스 17일부터 이틀간 일반 수요예측 추진
    높은 계열사 매출 비중·1년 후 경영권 변동 우려에도
    공모주 수익률에 '묻지마 청약' 전망·기관도 '미확약' 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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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현물출자해 설립한 선박기자재 기업 현대힘스가 일반공모 청약 절차를 앞두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지난 2~3년간 매출 상승곡선이 그려진 덕에 현대힘스는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나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고, 조선업황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 그리고 재무적투자자(FI)의 보호예수가 끝나는 1년 뒤 물량부담(오버행) 이슈가 언급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현대힘스는 지난 11일까지 며칠간 기업 대상 수요예측에 나서왔다. 이후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업적 경쟁력과 성장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의 곡블록 외주제작 물량 점유율 1위 ▲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 등 조선업 슈퍼사이클 낙수효과 ▲독립형 탱크사업 등 친환경 사업 확장 등을 근거로 성장가능성을 주장했다.

      현대힘스 측은 "조선업이 10년간의 침체기를 거치다가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수요가 폭발하며 조선업 호황도 장기화되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그에 따른 낙수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리는 일단 국내외 기관들에게 받아들여진 분위기다. 현대힘스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대부분의 기관들이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의무보유기간은 대체로 짧게 설정하려는 분위기였다는 설명이다.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을 감안해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기관들 사이에서는 '상초미확'(상단 초과, 의무보유기간 미확정)이 유행어처럼 돌고 있다"라며 "일단 공모주에 투자하면 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 가격을 높게 써내 물량을 확보하되 주가 변동성을 감안해 의무보유 기간은 짧게 가져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힘스 매출이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부분은 우려되고 있다. 기관 대상 IR에서도 계열사에 치중된 매출 비중에 대한 질의가 다수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 실제로 현대힘스에 대한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매출 비중은 2021년 92.7%, 2022년 93%, 2023년 3분기 95.3%를 기록해왔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2022년 기준 54.9%로 높은 편이다. 향후 조선업황이 다시금 부진해지는 등의 이유로 고객사 매출이 부진해질 경우 영향을 쉬이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현대힘스 측은 이와 관련해 "조선업은 타 산업에 비해 고객사가 적다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되레 국내 최대 조선사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1년 뒤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통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에, 경영권 변동 위험도 없지 않다. 2008년 설립 당시 현대힘스는 현대중공업의 100% 자회사였다. 이후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제이앤PE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허큘리스홀딩스가 현대힘스 지분 75%를 주당 4392원에 인수했다.

      제이앤PE는 지난해 상반기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보유 지분에 대해 1년 보호예수를 걸고 블록딜을 통한 분리매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락업 기간이 끝나면 해당 지분을 통째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감안해 현대힘스는 투자설명서상 핵심투자위험에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따라 당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지분매각을 하는 경우 경영권이 변동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기재해뒀다. 

      현대힘스 측은 제이앤PE 지분을 인수할 주체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두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영권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와는 별개로 일반 공모청약은 흥행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최근 들어 IPO 시장 분위기가 다시금 활기를 띄면서, 일반 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들도 공모주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상장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서도 다소 자유로운 상황이다. 현대힘스는 일단 증시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눈높이를 낮춘 상황이다. 현대힘스 공모가 밴드 최하단가(5000원)는 제이앤PE가 투자한 주당단가(4392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락업 기간 이후 제이앤PE는 다시금 회수 시기를 가늠할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모가 수준을 크게 낮춰 '상초'를 노리려는 발행사들이 늘고 있고 이 수요에 맞춰서 증권사들도 상장 작업을 보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