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래드 매각, 만만치 않은 자금조달 시험대…원매자에 LOC 받아오라는 브룩필드
입력 2024.01.16 07:00
    오는 26일, 콘래드서울 호텔 매각 2차 입찰 예정
    브룩필드, 호텔 업황 개선에 몸값 상승 기대하지만
    매수 후보들은 가격·자금 모집 두고 고심 깊은 분위기
    데이터룸 열리기 전인데 LOC 받아오는 것에 부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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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달 말 콘래드서울 호텔 2차 매각 입찰을 앞두고 매수자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협상자 선정 전부터 LOC(출자확약서)를 모아야 하는 데다 외국인 출자 비율까지 맞춰야 해서다. 고금리 환경에서 실사도 미흡해 투자자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콘래드서울 호텔 매각을 위한 2차 입찰을 이달 26일 실시한다. 1차 입찰을 통해 좁혀진 숏리스트는 ARA코리아자산운용, 블랙스톤, 그래비티자산운용, 케펠자산운용이다. 당초 알려진 블루코브자산운용은 블랙스톤과 협업 중으로 입찰 주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력이 받쳐주는 곳들 위주로 선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차에 걸쳐 입찰이 진행되는 만큼 매각자 측에선 몸값이 높아지길 기대할 수 있다. 호텔 업황이 좋다는 점도 내세울 만한 투자 요인이다. 최근 콘래드서울 호텔의 객실가동률(OCC)은 80% 선으로 가격 진입장벽이 있는 5성급 특급호텔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호텔이 잇따라 매각되며 약 3000실 가량이 소멸한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차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매수 후보들은 고민이 깊다. 현재 콘래드서울 호텔의 매각가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재작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를 인수할 때 콘래드서울 호텔에 매긴 가격은 3400억원 선으로 파악된다. 업황이 좋아지긴 했으나 매출 성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웃돈을 주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콘래드서울 호텔을 인수할 때도 평당 1200만 원  평당 1200만원 선에서 매겨 낮은 금액이 아니었다. 호텔은 경기 변동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매출 등락도 큰데 현재 업황이 좋을 때 제 가격을 다 받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브룩필드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 탓에 자금 모집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브룩필드는 2차 입찰에서 매수 후보들에 LP(출자자)들과 맺는 LOC(출자확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LOC는 LOI(투자의향서)보다 구속력이 높아 자금 증빙 능력은 높지만, 금융사로부터 받기는 더욱 어렵다. 고금리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금 조달이 어려운 환경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LOC를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체 지분의 10%는 해외투자자로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자금 모집 난도가 올라간다. IFC의 경우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적용된 건물로 전체 지분의 10%를 외국자본이 투자해야 한다. IFC 첫 소유주인 AIG그룹은 해당 법에 적용받아 토지, 임대료 등과 관련한 혜택을 받았다.

      해당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통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데이터룸이 열려 실사하고 나면 LOC를 받는 등 투자 승인 절차가 진행된다. 이번 거래에선 실사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서 한 달간 LOC를 받아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은 해외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준비가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다.

      토지를 임차해야 한다는 점 등 콘래드서울 호텔 매각은 당초부터 매각이 쉽지 않은 자산으로 꼽혔다. IFC 개발 당시 서울시는 AIG글로벌부동산에 99년간 사업 부지를 빌려주고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2104년 토지와 건물 모두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했다. 토지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데다 IFC 부지 내 주차 공간 분할 등 이슈가 있을 수 있단 지적이다.

      이에 매수 후보들이 콘래드서울 호텔의 자산 가치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가 이번 거래의 관건이란 관측이다. 특급호텔의 경우 OCC가 90%대까지 올라가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고 평균객실료(ADR)가 지속 상승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F&B(식음료) 시설 개선 등 부대 매출을 키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수 후보들이 향후 호텔의 성장성을 어떻게 보느냐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도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 애드 포인트로 F&B 개선 방향 등 부대 매출 성장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콘래드호텔 프랜차이즈 계약기간이 3~4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후에 자신들의 호텔 브랜드를 가져와 추가로 수익 창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