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 '비(非)연결 자회사 가치 산정'이 변수
입력 2024.01.16 16:07
    美 나스닥 상장 목표로 밑그림 그리는 셀트리온홀딩스
    자회사 연결로 인식 안 돼…낮은 체급에 요건 충족 우려
    자회사 활용법도 고민…"상장 착수시 가장 큰 논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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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공표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펀드 조성 자금 5조원을 조달한다는 말로 미루어보아,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이 목표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를 달성하려면 난관이 적지 않을 거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분을 보유한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들이 연결 자회사가 아닌 까닭이다. 현재 연결 기준 셀트리온홀딩스의 실적 규모가 크지 않은만큼,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물음표라는 평가다.

      지난 15일 서정진 회장은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리더스 캠프에 연사로 참여,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라고 관련 부서에 주문했다"라고 발언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010년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사업형 지주회사가 아닌, 출자사업을 영위하는 투자 목적의 지주회사다. 서정진 회장이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5조원을 시드머니로 활용해 향후 조성될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지주회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건 일반적인 그림이라는 점에서 큰 이슈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주요 사업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들이라는 설명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 Inc가 상장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 그 예다.

      다만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등 주요 상장사가 이미 한국에 상장돼있는 지주회사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데 대해 나스닥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전례가 없는데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지주회사들은 대부분 사업회사를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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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 요건에 대해 양적 요건은 큰 문제가 아닐 거란 평가가 나온다. '5조원 조달' 계획으로 보면 1부 시장인 글로벌 셀렉트 마켓을 노리고 있을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기준 셀트리온홀딩스의 자본총계는 3조3824억원, 총자산은 4조2129억원이다. 글로벌 셀렉트 마켓 상장요건 중 자본요건을 충족한다. 이 경우 시가총액이 160만달러(약 2100억원)을 넘어야 하는데, 이 역시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기업가치 산정 논리라는 분석이다. 상장 과정에서 5조원 이상을 조달하려면, 당연히 셀트리온홀딩스의 시가총액이 상장 후 10조원은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활용해야한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영위하는 사업이 없는 만큼 기업가치 산정시 자회사 가치를 반영해야만 한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법인'(이하 합병법인) 지분 21.7%를 보유, 합병법인을 통해 손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녹록지 않아보인다는 평가다. 합병법인은 셀트리온홀딩스의 연결 자회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실적이 셀트리온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에 따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홀딩스의 2022년 기준 매출액은 각각 2조2849억원, 1318억원으로 1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셀트리온홀딩스 입장에선 합병법인을 연결자회사로 편입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실적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회계기준(K-IFRS)은 지분율 50% 이상이거나, 그 미만이라고 실질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연결재무제표 작성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셀트리온홀딩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연결 기준 매출 규모가 자회사에 비해 너무 작다"라며 "자회사들의 실적이 연결재무제표에 잡히지 않으니 셀트리온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한다는 논리가 시장에서 설득이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내 자회사가 상장이 돼있다고 해서 미국 증시에 모회사가 상장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지는 않다"라면서도 "다만 자회사의 실적이 연결재무제표로 잡히지 않는 것은 전례가 많이 없어 향후 밸류 산정시 평가 방식에 있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이 계획한 대로 향후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까지 합병을 완료할 경우, 계열사간 거래가 사라지며 통합법인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에도 통합법인의 모회사가 될 셀트리온홀딩스 또한 기업가치를 설득할 논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상장 준비 사실을 시장에 공개해버린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머스크가 테슬라 상장폐지를 언급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처럼 셀트리온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며 "한국거래소에서도 관심을 가질 문제로 보여진다. 국내에 상장된 자회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