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PE 시장도 국내 대형사 우위 예고…해외 투자사는 인프라 주목할 듯
입력 2024.01.17 07:00
    대형 국내 PE, 자금 기근에도 상대적으로 선방
    글로벌 PE보다 국내 대형사들이 활발한 움직임
    전략 다양한 글로벌 PE, 인프라 분야에선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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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 사모펀드(PEF) 시장에선 활약이 기대됐던 글로벌 PEF들이 예상보다 주춤한 반면 국내 대형사들은 어려운 중에도 활로를 찾았다.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돈을 쓸 만한 곳은 많지 않은 만큼 올해도 당분간 국내 대형 PEF의 활약에 기대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펀드들은 기업 경영권인수(Buy out) 외에 인프라 성격 거래에 관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확실성이 클 때 무리하느니 애초부터 장기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목표로 모아둔 자금들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PEF 시장은 2020~2021년 기록적인 성장을 했으나 2022년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춤했다. 작년에도 고금리, 출자자(LP) 위축 등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는데 이는 올해 역시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풍년에 배를 두드렸던 운용사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신중한 투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국내 대형 PEF들의 타격이 덜했다. 전처럼 출자사업의 한 자리를 당연하게 맡아둔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존의 LP들의 신뢰는 여전했다. 펀드 규모는 줄일지언정 어느 정도 실탄을 마련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상호금융과 2금융권의 LP 기능이 사라지며 기근을 겪은 중소형 PEF와도 대비된다.

      MBK파트너스가 아시아 전역에서 6호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모으고 있고 한앤컴퍼니, IMM PE, VIG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도 소기의 펀드 결성 성과를 냈다. 올해부터 다시 본격적인 투자 주기에 들어간다. 작년에 먼저 펀드 결성을 마감한 곳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긴축으로 돌아선 상황에선 대형 PEF 외엔 돈을 쓸 곳을 찾기 어렵다.

      국내 대형 PEF들은 글로벌 PE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2022년말 메디트 인수전에선 글로벌 PEF들이 한계를 드러냈는데, 이후 분위기도 비슷하다. 작년 SK팜테코 투자는 국내 PEF 위주의 경쟁이 벌어졌다. 글로벌 PEF의 중국 투자가 막히며 한국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까진 그 효과가 크지 않다. 한국이 주무대인 국내 PEF와 한국이 아시아 시장 중 하나에 불과한 글로벌 PEF의 입장차가 투자 성과의 차이로도 나타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가 한국 조직을 정비하고 아시아 투자용 실탄도 두둑히 채웠지만 한국 투자에선 예상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당분간은 새 펀드를 결성한 국내 대형 PEF 정도만 한국 투자 시장에서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바이아웃 외의 전략에도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불안정할 때 투자하면 오랜 기간 발이 묶일 우려가 있는 만큼 위험성이 낮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는 인프라 성격 거래에 관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재미를 본 해외 자금이 한국으로 몰릴지도 관심사다.

      작년 글로벌 인프라 펀드의 성과가 많았다. 블랙록은 작년 인프라성 자금을 활용해 에어퍼스트 소수지분을 인수했다. 경영권 인수를 원한 경쟁사들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낮고 매각자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블랙록의 승리로 끝났다. EQT파트너스 역시 EQT인프라6호 펀드를 통해 SK쉴더스를 인수했다.

      KKR은 작년 말 김양한 한국사무소 부대표를 파트너로 승진시켰다. 그는 2019년 KKR 아태지역 인프라 투자팀에 합류했고 국내에서 에코비트, 태영인더스트리, SK E&S 우선주 등 굵직한 투자를 이끌었다. 이제는 인프라 부문이 HD현대마린솔루션, LS오토모티브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PE 부문보다 주목받고 있다.

      최근 PAG는 PE 부문을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영실업 외에 별다른 바이아웃 성과가 없었던 데다 신규 펀드 모집도 애를 먹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간간이 성과를 내온 부동산 부문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브룩필드, 칼라일 등도 한국 내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사들은 국내 PE 성격 투자보다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서 기회를 보는 분위기"라며 "일본 부동산에서 재미를 보고 빠진 글로벌 자금이 많은데 이 돈들이 한국으로 들어올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