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주목도 높아진 효성그룹…연내 전방위 조달 이어질 듯
입력 2024.01.22 07:00
    캐피탈 매각 후 뜸했지만…새 '파이프라인'으로 부각
    효성화학 'NF3' 시작으로 자본시장 활용도 높일 전망
    탄소섬유 등 기존 주력比 전방 성장 뚜렷한 자산 관심
    조달다각화·자산효율화 외 지배구조 측면에도 시선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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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효성그룹에서 나올 잠재 거래에 대한 투자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주 체제 전환 이후 효성캐피탈 매각을 끝으로 자본시장 활용이 뜸했으나 올 들어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한곳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투자은행(IB) 등 자문 업계와 기관투자가들이 일찌감치 그룹 내 자산들을 살펴보는 중이다.

      현재 효성화학은 NF3(삼불화질소) 사업의 물적분할을 앞두고 있다. 시장은 이를 시작으로 효성첨단소재 내 탄소섬유 등 성장 사업도 분할·유동화하는 등 그룹 전반이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해외 자산 역시 잠재 유동화 대상으로 거론된다.

      효성그룹은 지난 2018년 지주 체제로 전환하며 ㈜효성 아래 효성화학·중공업·티앤씨·첨단소재 등 4개 자회사가 늘어선 현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분할 이후 각 계열이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변압·차단기 등 시장지배력 1~2위 사업을 나눠가진 터라 지주 아래 안정된 사업기반을 갖춘 그룹으로 통했다.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로 2020년 효성캐피탈을 매각한 것을 제하면 이후 자본시장에서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2년 전까진 주력 사업 전반이 호실적을 내며 분할 당시 계열에 나눠진 차입 부담을 순차로 줄여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석유화학을 담당하는 효성화학을 시작으로 재무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곧 있을 정기평가에서 BBB 등급으로 추가 하락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석유화학을 담당하는 효성화학의 곳간 부담은 계열 사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이다. 각 계열이 서로 다른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지만 전방 시장이 겹치다 보니 경기·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이 연동되는 구조인 탓이다. 

      효성화학이 추진 중인 NF3(삼불화질소) 사업 물적분할도 결국은 ㈜효성을 포함한 그룹 계열 현금 소요를 최소화하면서 시장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100% 자회사로 내려 지분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하면 장부가치를 재평가하는 동시에 매각 대금으로 현금을 두둑히 쥘 수 있는 구조다. 

      NF3는 타이어코드나 스판덱스 등 기존 그룹 주력 사업에 비해 전방 시장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반도체 등 고부가업종 성장세에 올라탈 수 있는 인프라 성격이 짙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최근 구미에도 부합하는 자산으로 꼽힌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시점 효성그룹 차원에선 에쿼티(지분) 자산을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재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구조 측면에선 지난 3년 SK와 같은 그룹사들이 수차례 반복해온 방식이고 전형적으로 PE들이 관심을 가질 거래"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꾸준한 증설을 이어온 덕에 올해 중 타이어코드 부문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점쳐지는데, NF3처럼 전방 수요처가 돋보이는 데다 시장 테마에도 부합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당초 수소 에너지 전환 핵심 소재로 부각됐지만 항공·우주 등 잠재시장으로도 꾸준히 시중자금이 몰려가는 중이다.  

      양사의 경우 타 계열에 비해 매년 증설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높은 데다 해외 현지 생산설비도 여럿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투자 업계는 각사 성장 사업 분할·유동화 작업 외 해외 자산 매각 등 추가적인 가능성도 열어두고 지켜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그룹이 올해 자본시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라 시장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라며 "단순 자산 매각 외에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나 소수지분 매각 등 방식으로 장기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효성그룹의 자본시장 활용도가 오를 거란 기대와 함께 지배구조 측면 관심도 높아진다. 지주 전환 이후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과 장남 조현준 회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과 4개 자회사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올 들어 바뀐 기조가 조달 다각화·자산 효율화를 넘어 승계·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