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부정적' 등급전망 후 첫 회사채 발행…가산금리·자회사 부진 발목
입력 2024.01.24 07:00
    지난해 '부정적' 등급전망 조정 이후 첫 발행
    기관들은 '발행사 가리기'…발행 금리가 관건
    작년 4분기 적자 예상…건설 자회사 부담까지
    "돈 쓸데는 많은데…" 보수적 자금 집행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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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마트(AA)가 올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후 첫 발행인만큼 시장 투심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발행사의 상황에 따라 투자자들의 금리 가산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자회사 부담 등으로 이마트의 실적 및 재무 우려가 계속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내달 초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이달 31일 수요예측에 들어간 뒤 내달 7일 발행 예정이다. 3년물 1000억원, 5년물 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할 수도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는다.

      이번 이마트의 회사채 발행은 신용등급 전망이 조정된 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신용평가사 3사는 이마트의 불어난 재무부담, 이커머스 투자 성과 실현 지연, 건설부문 실적부진 등을 근거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금리 불안이 수그러들면서 연초 회사채 시장 투심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태영건설이 촉발한 크레딧 우려도 워크아웃 신청으로 일단은 잠잠해지면서 A급 시장까지 온기가 퍼진 모습이다.

      다만 발행사에 따라 투자자들의 반응이 확연히 갈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투자자들의 발행사 ‘옥석 가리기’는 더욱 강화된 모습이란 분석이다. 재무 및 실적 우려로 크레딧 리스크가 남아 있는 발행사에 대해서는 깐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가 AA급의 우량 등급을 가지고 있어 회사채 발행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비용 증가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10일 2700억원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차환하는 회사채 발행금리는 1.63%에서 2.69%로 낮았지만 이번에는 2·3·5년물 발행금리가 각각 4.659%, 4.82%, 4.957%로 뛰었다. 신세계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17일 발행한 3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3·5년물 발행금리가 각각 3.831%, 3.938%로 확정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쇼핑도 기관들이 오버 금리(민평 금리 대비 높은 수준)로 물량을 받아갔고, CJ ENM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기관들이 오버 금리를 요구했다”며 “투자자들은 이마트의 실적이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조만간 등급 하향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 오버 금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실적 부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회사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4분기 이마트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쓱닷컴의 적자폭 확대,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실적 개선 지연,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에 따른 충당금 설정 등이 예상되면서다.

      22일 IBK투자증권은 이마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마트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도 이마트의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보다 약 54%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마트의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만 9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으나, 신세계건설 실적 부진으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2.6% 감소했다.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 악화가 이마트 연결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룹 차원에서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19일 신세계건설은 그룹과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로 유동성 사전 확보에 나섰다. 신세계건설이 20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하는데 금융사와 신세계아이앤씨가 각각 1400억원, 600억원씩 매입하기로 했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1월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신세계영랑호리조트의 흡수합병을 결의한 바 있다.

      한편 22일 정부는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에 이후 이마트의 주가가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만 새로운 유효 소비가 창출되는 점이 아님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 효과 및 주가 영향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이자 등 자체 금융비용 부담이 크고,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재무 부담까지 더해진 터라 올해 보수적인 자금 활용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새로운 대표이사 부임 이후 내놓은 오프라인 점포 출점 등 투자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