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해외 자산도 유동화 가능성...투자 중추 SK㈜ 재무부담 해소될까
입력 2024.01.25 07:00
    작년 이후 군살 빼기 나섰지만 아직 성과 미미
    국내는 물론 해외 자산도 유동화 가능성 거론
    투자기능 모인 SK㈜, 신용등급 방어 여부 관심
    가치 하락·투심 부진·시장 평판 등 걸림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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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그룹은 작년부터 본격적인 부채 줄이기에 나섰지만 아직 괄목할 성과는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룹 주력 계열사의 실적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데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그룹 투자의 방향타를 잡고 있던 SK㈜는 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투자 기능까지 더해졌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고 재무부담만 커졌다.

      SK그룹은 SK㈜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 자산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급한 쪽은 SK그룹이고 투자 시장은 여전히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그룹의 재무 부담은 누적되고 있다. 2022년 100조원을 갓 넘겼던 그룹 총 차입금은 작년 상반기 119조원으로 15조원 이상 늘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및 재무적투자자(FI) 유치 전략이 유동성 기근과 맞물리며 독이 된 분위기다.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투자 부담은 늘었다. SK그룹의 합산 자본적지출(CAPEX)는 20조원 수준을 오갔으나 2022년 30조원을 넘어섰다. 반도체(SK하이닉스)와 배터리(SK온)를 중심으로 집중 투자가 이어지면서 차입금이 대폭 늘었다. 재무 지표는 악화하고 이자 부담은 크게 늘었다.

      그룹의 정점인 SK㈜에 모든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재무 지표가 악화하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박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의 별도기준 순차입금의존도가 35%를 넘어설 경우 등급 강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하는데, SK㈜의 작년 3분기 기준 수치는 37.9%다.

      작년 하반기 SK㈜의 경영진은 자산 매각 및 유동화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고, 정기인사에서 그에 대한 그룹의 평가가 드러났다. 투자 등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던 부회장들의 힘이 많이 빠졌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 자리에 앉았다. SK㈜는 수펙스의 투자 기능까지 넘겨 받았지만 조직은 오히려 줄었다.

      SK그룹의 부회장들과 경영진은 올해는 자산 정리 및 자금 확보 성과를 꼭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핵심 사업을 제외하면 성역이 없는 분위기로 거론된다. 당장 돈이 되지 않거나, 설비 투자 부담이 크거나, 꼭 필요하진 않지만 시장은 관심을 가질 자산들을 우선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SK매직의 사업부를 팔았고, 11번가 매각이 진행 중이다. 각 계열사의 인프라 설비도 매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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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투자 자산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투자금을 해외 자산에 묶어 두는 것보다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SK그룹은 SK㈜와 계열사가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수년간 다각도로 해외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해외 자산이 적지 않다.

      SK㈜는 2021년 SK E&S와 손잡고 미국 플러그파워에 조단위 자금을 투자했고, 합작사 SK플러그하이버스를 세워 수소충전 사업을 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2021년 미국 독립 전력 생산 기업 키캡처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 기업 레브리뉴어블스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2017~2018년엔 미국 유레카(1200억원), 브라조스 미드스트림(2700억원)에 투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미국 법인을 통해 석유개발기업인 롱펠로우를 4900억원에 인수했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2018년 이후 계열사 자금을 활용해 베트남 마산그룹, 빈그룹 등 지분을 사들였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이후 블룸에너지 투자를 늘려 왔다.

      주요 계열사의 광구, 가스전, 발전소 등 해외 에너지 관련 자산은 꾸준히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국내외 공장 설비도 잠재 매각 대상으로 꼽힌다. SK그룹은 플러그파워 등 투자 부담을 시장과 나누려는 시도를 해왔고, 합작사 지분을 활용해 FI를 다시 유치할 것인지도 시장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베트남 투자 자산 매각도 언제든 진행될 수 있고, 중국 동박 제조사 왓슨 지분도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한 미국 기업 투자 지분은 국내 사모펀드(PEF)에 넘기려는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SKC 자회사 SK엔펄스의 SKC솔믹스 홍콩법인 지분 10%는 오는 31일 378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올해 SK그룹의 해외 자산 정리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SK그룹은 대표적인 내수 기업인데 지금까지 해외 사업 확장이 꼭 필요한 것이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자금이 급한 쪽은 SK그룹이고 시장과 투자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며 평판이 깎인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아직 투자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는 점도 불리한 점으로 거론된다. FI를 유치하려면 더 강력한 안전장치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또 미래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올해 내년에도 들어갈 돈이 많기 때문에 자산을 팔든 유동화를 하든 수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다만 내수 사업이 주력인 SK그룹이 손쉽게 유동화할 해외 자산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