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IPO의 저주, '백종원' 이름값으로 돌파 가능할까
입력 2024.01.25 11:19
    국내 프랜차이즈 직상장 도전, 교촌 외 성공사례 없어
    실적 부침ㆍ가맹점주 관계ㆍ사익편취 등 논란 여지 많아
    실적 안정적 우상향하는데다 백 대표ㆍ기업 평판도 좋아
    동종업계 낮은 PER은 변수...기업가치 산정 쉽지 않을 듯
    • 요리연구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가 연내 상장 방침을 밝혔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2020년 교촌에프앤비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 중 두 번째로 직상장한 기업이 된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상장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업황 부침이 심하고 본사와 가맹점주간 관계ㆍ사익편취 논란 등 이해관계가 복잡했던 까닭이다. 기존 식품 및 요식업계 상장사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도 이전보다 훨씬 냉정해진 상황이다.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백 대표의 이름값만으로 이런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라는 지적이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오는 4월께 지난해 연간 실적 결산 완료 후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에 다시 착수할 예정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0년을 목표로 상장 준비에 나섰지만,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상장을 잠정 연기했던 바 있다. 

      더본코리아는 이달 초 무상증자를 통해 기존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 총 주식 수를 100만주 이상으로 늘렸는데, 이 역시 상장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행 상장요건상 주식분산요건을 맞추려면 소액주주 500명 이상ㆍ공모 비율 20% 이상ㆍ국내공모주식수 30만주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더본코리아의 상장 완주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간 카페베네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 KG할리스(할리스커피), 제너시스BBQ(BBQ치킨), 본촌인터내셔날, 본아이에프(본죽) 등 수많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국내 증시 직상장을 준비했지만, 실제로 성공한 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유일하다.

      IPO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장이 쉽지 않은 배경으로 ▲브랜드 평판과 유행에 따라 실적 편차가 매우 큰데다 ▲갑질논란ㆍ통행세 부과 등 가맹점주와의 법적 분쟁이 적지 않고 ▲ 식자재 공급 등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익편취 가능성이 큰 점이 꼽힌다. 상장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 역시 폭행 갑질ㆍ친족 경영 등이 문제가 되며 상장 예비심사를 반 년 가까이 받아야 했다.

      더본코리아는 아직까지 갑질 등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크게 문제시되거나 표면화한 적이 없다. 다만 2020년 소유 브랜드 중 하나인 '빽다방'에 100만원 상당의 포스(POS) 장비를 강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기업가치 이슈도 여전하다. 더본코리아는 2018년 상장 추진 당시 3000억원 안팎으로 기업가치가 논의됐다. 당시 더본코리아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70억원 안팎으로, 주가순이익비율(PER) 45배를 적용해야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급 성장주 밸류에이션을 적용해야 했던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2022년 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200억원 안팎의 순익을 거뒀을 것이란 추정이 많다. 이전 상장 추진 당시 대비 순이익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문제는 밸류에이션을 참고할만한 유사ㆍ동종업체들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PER 16배로 공모가를 산정한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예상 실적 기준 현재 PER은 11배에 그친다. 교촌에프앤비는 상장 당시 동원에프앤비ㆍ대한제당ㆍ푸드웰 등 식품ㆍ요식업체들을 비교기업으로 설정해 공모가를 계산했는데, 2020년까지만해도 18~23배였던 식품ㆍ요식업체들의 PER은 현재 6~11배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동종업계와 비교해 PER 10배 적용시 더본코리아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000억원 수준에 머물게 된다. 올해 상장하면 5000억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증권가 일각의 전망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수치다.

      물론 더본코리아는 최근 5년간 실적에 기복이 없었고, 순이익 규모 역시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백 대표의 유명세에 힘입어 신규 론칭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 성공하고 있다는 점 역시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차별화되는 점으로 꼽힌다. 물론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이런 요소들이 얼마나 프리미엄으로 작용할진 아직 예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단 현 시점에선 백종원이라는 이름값에 힘입어 더본코리아가 'IPO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백 대표가 청렴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쌓아온 덕분에 갑질이나 사익편취 논란에서 비켜서있는데다, 전통시장ㆍ소상공인과의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업 평판도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까닭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담당자는 "백종원 대표의 이름이 가지는 스타성 때문에 일단 공모 청약은 흥행이 가능하고, 상장 직후 주가도 한동안은 좋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중장기 주가는 결국 펀더멘탈이 받쳐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 이후엔 론칭하는 브랜드의 성과나 배당 등 주주환원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