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SK·카카오·KT&G…다가올 주총 시즌 국민연금 타깃은 어디?
입력 2024.01.26 07:00
    포스코, 회장 낙마부터 사외이사 논란까지
    사상 초유의 콜옵션 행사 거부 사태 야기한 SK
    지배구조 취약점 드러낸 카카오와 KT&G
    한미·금호석화 등 경영권 분쟁서 연금 입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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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기업들은 곧 연간 실적을 발표하고 주주총회 준비에 돌입한다. 올해 주총에선 무엇보다 지난해 거버넌스 이슈로 홍역을 치른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선 기업들을 향한 메시지가 다소 강했는데, 이번 시즌엔 어떤 자세를 취할지 지켜봐야 한다.

      현직 회장의 낙마부터 사외이사 논란까지 구설이 끊이질 않는 포스코그룹은 국민연금의 타깃이 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2년 최고투자책임자(CIO) 명의로 KT 회장 선출 과정을 문제았던 국민연금은 올해 포스코를 정조준했다. 김태현 이사장의 지난해 말 "내외부 차별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발언은 최정우 회장에 대한 '거부권'으로 해석됐고, 연임을 준비하던 최 회장은 차기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그 이후 포스코그룹은 회장 선출 과정을 단계별로 공개하고 있다.

      사실 사외이사진의 외유 논란을 비롯한 내부통제 이슈가 더 큰 논란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규정해 주주권행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포스코홀딩스는 사내이사 전원(최정우, 정기섭, 유병옥, 김지용), 기타비상무이사 1명(김학동), 사외이사 3명(김성진, 유영숙, 권태균 )의 임기가 만료된다. 추후 회장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과정에서 회사 측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경영진 공백이란 최악의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콜옵션 거부사태로 국민연금의 자금 손실이 불가피한 SK그룹 계열사의 주총도 지켜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SK그룹 계열사 주총에서 주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태원 회장이 SK㈜ 대표이사로 복귀한 2016년부터, 3년 주기로 상정된 재선임 안건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2021년), SK㈜와 SK C&C 합병(2015년)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올해는 특히 SK스퀘어의 11번가 콜옵션 포기로 인해 국민연금의 투자 원금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SK그룹의 긴장도는 여느 때보다 높아졌단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은 SK㈜·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케미칼·SK디스커버리 등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로 언제든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일반투자로 목적을 변경해둔 상태다.

      백복인 사장은 퇴임을 결정했지만 KT&G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국민연금은 최대주주 자리를 내어줬는데 주요주주로서 차기 CEO에 힘을 실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KT&G는 현재 차기 사장 인선을 진행중이다. KT&G 전현직 임원이 차기 사장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경우  과거 KT 사태와 같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카카오는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을 교체하고 있다.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엔터는 권기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장윤중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신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총 70명이 넘는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투자목적을 상향조정하며 주주권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는 기업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OCI와 한미그룹은 이달 중순 양사 통합의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과 차남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며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냈다. 추후 법원의 가처분 인용과 함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 국민연금의 지분의 향방이 중요해진다. 국민연금은 현재 단순투자 목적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첨예한 한국앤컴퍼니(3.8%)와 금호석유화학(8.1%), 그리고 최근들어 외국인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 된 삼성물산(7.3%) 등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