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ㆍ삼성 임원 등, "검찰이 기업 너무 모른다…소액주주 피해줄 의도는 없었다"
입력 2024.01.29 07:04|수정 2024.01.29 07:23
    [삼성 불법합병·회계부정 재판]③
    100회 넘는 변론ㆍ최후진술에서 일관된 대응 논리
    "순수한 의도의 합병"…피해 여부 무관하게 '고의성'회피
    '기업생리에 대한 검찰의 무지' 수차례 강조…기소 자체를 문제삼기도
    •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고위 임원들. 이 회장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ㆍ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ㆍ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1팀장(사장)ㆍ김신 삼성물산 전 사장ㆍ최치훈 삼성물산 전 사장ㆍ김태한 삼성물산 전 사장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고위 임원들. 이 회장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ㆍ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ㆍ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1팀장(사장)ㆍ김신 삼성물산 전 사장ㆍ최치훈 삼성물산 전 사장ㆍ김태한 삼성물산 전 사장 (그래픽=윤수민 기자)

      <편집자주>

      6년 전 검찰의 삼성그룹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삼성 불법합병ㆍ회계부정 사건'이 조만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기간 3년2개월ㆍ공판 106회ㆍ검찰 수사기록 19만 페이지, 그리고 수백명의 증인목록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승계가 불법적으로 자행됐는가"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ㆍ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ㆍ김종중 전 미래전략실1팀장(사장) 등 삼성 전현직 최고임원들의 운명도 결정된다. 복잡하게 얽힌 재판의 전후사정과 이슈, 논란거리와 함의 등을 시리즈 기사로 정리한다.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ㆍ의도적 위법행위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 주장의 요지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그룹은 이에 별도의 입장과 반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주장에 대한 입장을 제시 또는 공개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결국 그간의 공판과정에서 공개된 삼성 변호인단의 반박, 그리고 피고로 법정에 선 이재용 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들의 진술 등을 통해서 이들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 둘째, "모두가 회사를 위해 한 일이다" 셋째, "검찰이 기업문화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이런 기소를 한 것이다" 등이다.

      일단 합병비율 산정과정에서 대해서는 '적법했다'는 반론이 주류다. 합병비율이 주가 등 객관적 지표로 산정됐고, 콜옵션 회계처리도 현행 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게 100회 넘는 공판 과정에서 주장한 바다. 

      다만 이 지점을 지나기 시작하면…이재용 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등은 우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고, 아무런 의도도 없었고, 우리는 순수하게 회사만 생각했다"라고 주장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법적 구성요건의 '고의성'(의도성)을 회피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작년 11월17일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이재용 회장)

      "주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검찰이 주장하는대로 불법적 의도를 가지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이런 주장은 합병 자체가 정부 시책에 부합하고자, 회사를 살려내고자, 또 악덕한 외국자본에 대응하고자 반드시 단행해야 할 필수불가결한 과제였다고 주장하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물산ㆍ모직 합병은)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재용 회장)

      "해외투자 자본을 저지 못하면 국내 전 기업이 먹이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합병을 추진한 임직원은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노력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

      "2004년 헤르메스 펀드의 삼성물산 경영권 공격을 느끼며 경영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신 전 삼성물산 사장) 

      그러다가도 검찰이 조목조목 제시한 사례들을 두고 "나는 몰랐다" , "내 일이 아니었다" , "나를 과대평가한다"는 반박도 나타나고 있다.  

      "재판 전까지 (나는) 프로젝트G라는 문건 자체를 본 적도 없다." (최지성 전 부회장)

      "합병 관련 업무가 내 업무가 아니었다. 양사간 합병 알게 된 것은 이사회 승인 시점이다" (장충기 전 사장)

      "내가 언론을 장악하고 기사를 왜곡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언론사 오보 하나 고치는 것도 쉽지 않다. 검사님이 언론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고 저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장충기 전 사장)

      "전략팀장 밑에 80명의 간부와 임원이 일하는데 합병파트는 3명 뿐이었고, 내 업무중 합병 과련은 5%도 채 되지 않았다"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이어서 이번 사건 기소과정 자체가 "검찰이 기업의 생리를 너무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자칫 검찰조사나 재판과정도 모두 기업현실에 무지한 검찰의 일방적인 몰아붙이기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미래전략실이 전단적으로 결정하고 계열사 CEO는 일방적으로 따르기만 한다고 검찰이 오해한다. (검찰이) 기업생리를 잘 모른다" (최지성 전 부회장)

      "이건희 회장 생전인 2009년에 경영승계안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검찰이 기업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최지성 전 부회장) 

      "검찰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검사가 기업환경 현실과 현장에 대해 너무 많은 오해를 한다고 느꼈다" (김종중 전 사장)

      이 주장들이 유죄여부와 형량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나의 오랜 충정을 알아달라" "삼성에서 보낸 수십년 세월이 부끄럽지 않다"라는 등의 감상이나 주관은 형법상 주관적ㆍ객관적 구성요건의 성립을 해치는 정도가 아니라면 판결과는 직접 연관되기 어려운 대목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결국 "이재용 회장과 삼성 임원들의 행동이 현행법을 위반했느냐, 아니냐"에 기인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본격화될 무렵, 2020년 6월2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회장ㆍ김종중 삼성물산 사장 등에 대해서는 "기소를 안하는게 낫겠다"며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이때 불기소를 권고한 이유와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자 서울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각 분야 전문가 30여명을 청취하고 이를 근거로 심의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를 그대로 단행했다.

      당시 검찰은 기소를 강행한 이유 중 하나로 "총수들이 유죄 신고된 35개 기업, 319개 계열사들 분석 결과, 총수 검찰 수사 /기소/유죄선고는 기업주가, 경영, 국가경제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