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잃은 이사회가 끌고가는 포스코의 이상한 '새 회장' 찾기
입력 2024.01.30 07:00
    Invest Column
    호화 이사회 추가 고발 속 궁색해진 'CEO 후추위' 인선
    주총 앞두고 경찰 넘겨진 사외이사가 주주에 충성할지
    '정치적 셈법'만 남을 최종 후보…주총 표결 참여도 애매
    현 회장 관계 의심 받다가 '외풍'에 충성?…독립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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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이사회 고발이 계속되는데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인선 절차엔 막힘이 없다. 이상한 광경이다. 이제 새 회장 출신이 내부냐 외부냐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자격이 충분한 후보도 전 회장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사외이사 손을 거치면 찜찜해지는 식이다. 주주 입장에선 오는 3월 누가 최종 후보로 오르건 표결에 나서기 껄끄럽게 됐다. 

      지난 24일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내·외부 합쳐 총 18명의 차기 회장 숏리스트를 확정했다. 오는 31일엔 이들을 5명 내외로 추려 파이널리스트 명단을 공개하고, 2월 중 파이널리스트에 대한 대면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정, 이사회 결의를 거치면 3월 정기주총에 선임안이 상정된다. 

      절차가 꽤 복잡한데 시장에선 투명하다기보단 궁색한 속행으로 받아들여진다. 

      숏리스트 확정 발표 직전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 대한 추가 고발이 접수됐다. 고발인은 캐나다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외유성 출장이 있었는데, 현지 자회사인 포스코차이나가 비용을 대납했으니 업무상 배임이라 주장한다. 현재 최정우 현 회장과 CEO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인을 포함해 경찰 수사망에 오른 그룹 관계자만 16명이다. CEO 후추위가 일정대로 인선 절차를 소화해 봤자 정당성을 갖추기 어려운 구도다. 

      주주 시각에서 포스코 호화 이사회 의혹을 재구성하면 '3연임을 앞둔 현 회장이 계열사 돈으로 인사권자(사외이사)를 포섭하려 한 정황'쯤으로 요약된다. 원래 사외이사는 CEO가 엉뚱한 호주머니에서 필요 이상의 경비를 꺼내 쓰는 등 행동을 지적하고 견제하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이다. 주주 입장에선 이들이 계속 CEO 후추위에 남아 새 회장 뽑는 작업을 지속하는 자체가 위험해 보일 수 있다. 

      시장에서 인선 절차와 무관하게 '이미 외부로 기울었다'는 관전평을 내놓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새 회장 뽑아야 할 사외이사들이 공교롭게도 주총 코앞에 두고 온갖 혐의가 불거져 경찰에 넘겨졌다. 이들이 주주를 위한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포스코그룹 내부에선 곧 드러날 파이널리스트에 그나마 산업 이해도를 갖춘 외부(관) 출신 인사가 최대한 포함되길 바라는 분위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외부냐 내부냐를 떠나 주주들이 주총 표결에 참여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논란이 갈수록 늘어나는 터에 주주 입장에선 자격이 의심되는 인사권자들이 추려낸 인물에 예, 아니오로만 답해야 하는 상황처럼 됐다. 

      시장 추측대로 외부 인사가 최종 후보로 오를 경우 사외이사들이 자기 안위를 위해 외풍과 합의를 본 구도로 비칠 수 있다. 반대로 내부 인사가 표결에 오르면 힘겨루기를 계속하겠단 선전포고가 된다. 어느 쪽이건 논란에 휩싸인 사외이사들이 CEO 후추위를 끌고 가는 이상 정치적 셈법이 우선이 되고 후보자 자격·자질 등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달리 말하면 CEO 후추위는 내부(현 회장)로부터 독립성을 의심받다가 이제는 외부(외풍)에 종속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 셈이다. 

      오너 기업이냐 아니냐는 원래부터 지배구조와 별개 문제다. 어느 쪽이건 기업 의사결정이 독립성,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중심으로 굴러가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게 지배구조 문제다. 지금 포스코 이사회는 내부는 물론 외부로부터의 독립성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누가 최정우 회장 뒤를 잇건 현재 CEO 후추위를 포함한 이사회가 그대로라면 포스코그룹 지배구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