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배당 규모ㆍ기준일 '고민'...'더블 배당'은 힘들듯
입력 2024.01.31 07:00
    1월말~2월초 4대 지주 잇따라 이사회...배당기준일 확정
    제도 변경으로 배당 관련 2월 이사회 결정사항 늘어나
    결산 배당 2월말ㆍ1분기 배당 3월말로 권리 집중 피할듯
    '충당금 덜 쌓고 배당하지 말라' 금융당국 엄격한 잣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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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대형 은행금융지주들이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실적 및 배당 확정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 이사회는 연간 잠정 실적 발표 외 큰 안건이 없었지만, 올해엔 규제 변경으로 인해 처음으로 '결산 배당기준일 및 배당액 결정'이라는 핵심 안건도 함께 처리하게 됐다.

      마진 하락과 충당금 부담 등으로 인해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책이 증권가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의 보수적 태도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일각에서 언급하는 '더블 배당'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대형금융지주는 31일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월 초 잇따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월 6일, KB금융지주는 7일, 신한금융지주는 8일로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이사회에서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확정하고, 이후 실적발표회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게 된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연간 실적 확정과 더불어 지난해 결산 배당 관련 사안도 의결해야 한다는 점이 이전 해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이들 금융지주는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결의로 결산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배당기준일(12월말)부터 배당액 확정(3월말)까지 3개월 이상 걸리는 '깜깜이 배당'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번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을 확정해야 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연말 배당을 위한 배당기준일은 2주 전에 공고토록 돼있다.

      오는 31일 배당기준일을 발표할 예정인 하나금융지주는 2월 15일 이후로 기준일을 정해야 하는 셈이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21~22일이, 2월 8일 기준일 발표 예정인 신한금융지주는 2월 23일이 배당기준일로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해당 이사회에서는 결산 배당으로 지급할 배당액 역시 잠정 확정해야 한다. 배당기준일을 공고하며 예상 배당액도 함께 알려야 하는 까닭이다. 배당액 관련 의결 역시 일반적으로는 2월말 주주총회 소집 결의때 함께 결정했지만, 규제 변경으로 인해 한 달 가량 일정이 빨라졌다. 결산 배당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후 4월 초 지급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더블 배당'은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엔 3월 말을 전후해 은행주를 잠시 보유하면 연말 배당ㆍ1분기 배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풍문이 퍼지기도 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산 배당과 1분기 배당을 모두 받기 위해선 2월 중하순부터 3월31일까지 해당 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결산 배당과 1분기 배당을 모두 받기 위해 이전까진 3개월간 주식을 보유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그 기간이 5~6주 정도로 절반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소문대로 3월 말경 하루이틀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을 두 번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주 입장에서도 배당 권리를 특정 시점에 집중해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일이 달갑지 않으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분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결산 배당액은 시장의 예상치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배당에 직접적인 규제가 가해졌던 지난해 대비 드라마틱하게 늘어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장 올 4분기에 4대 시중은행 기준 1조5000억원의 '상생금융' 관련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주요 상장사에 대해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금융회사엔 다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사장단 앞에서 '부동산 금융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고, 해당 재원으로 성과급ㆍ배당을 지급하면 안된다'며 압박한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가 금융지주 체제 내에 속해있는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볼 멘 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3분기까지 KB금융은 1조7700억여원, 신한금융은 1조4800억여원, 하나금융은 1조2200억여원, 우리금융은 1조800억여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들은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 및 금융상품 사고 우려 등을 고려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의 충당금을 쌓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더욱 보수적인 재무 운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단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띄고 있다. 대장주인 KB금융의 경우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19일 저점 대비 13%나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리면서다. 외국인들은 연초 이후 KB금융 1900억여원, 신한금융 700억원, 하나금융 290억원, 우리금융 500억원 등 4대 지주에 총 3400억여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대부분의 은행주가 1월 하순 들어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주가 방향성이 좋은 상황"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4배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매력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실리며 외국인을 필두로 기관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