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충당금' 압박에 다올·이베스트·하이투자證 '직격탄'
입력 2024.01.31 07:00
    금감원, 부동산PF 관련 증권사 향한 강한 압박
    총선 이후도 리스크 잔존될까 우려 클 가능성
    다올·이베스트·하이 중소형 증권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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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향한 고강도 관리를 예고한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PF 사업으로 쏠쏠한 매출을 올려왔는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며 회사의 생존을 걱정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책 지원보단 사업장 정리나 충당금 적립 등 자구책을 고민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부동산PF 관련 엄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5곳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PF 기획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직원 사익추구와 관련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이 원장은 증권사와 간담회에서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도 강조했다.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증권업계선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총선 전 증권사에 충당금 쌓게 하려는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혹여 총선 결과가 증권사의 자구책 마련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의견이다. 증권사와 건설사, 시행사를 둘러싼 부동산PF 리스크가 총선 이후까지 잔존해서는 안된다는 당국의 다급함이 담겨있다는 시선도 있다. 

      정부가 이처럼 증권사를 향해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을 지적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재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꾸준히 부동산PF 리스크는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레고랜드 때만 해도 갑작스런 위기였기에 당국으로서도 금융사들의 사정을 봐줬겠지만 현재로선 더 시간을 끌기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등 정부 입장에선 레고랜드 이후 금융사들에 자구책 마련 등 기회를 줬지만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이 최근 일부 증권사 부동산PF 관련 조사 결과를 공유한 점 역시 이런 배경도 한 몫 보탰다는 평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가 나서 유동성 지원 등으로 시간을 벌어줬다”라며 “금융사들은 그간 충당금 적립, 사업장 정리 등으로 화답했어야 했는데 방만했던 부분도 있다. 막연히 부동산 경기는 다시 좋아지겠거니 하며 버티는 회사들도 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중소형 증권사들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나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부동산PF 부문으로 크게 매출을 늘려왔던 곳으로,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역풍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금감원의 부동산PF 기획 조사 당시 세 곳 증권사들이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부동산PF 위축으로 실적 타격은 물론, 내부통제를 비롯한 평판 리스크에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PF 우발채무와 관련, 자사는 증권사가 지급보증하는 매입확약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라며 "건설사가 지급보증하는 매입약정만 취급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다"라고 말했다. 

      유동성 여력이 부족한 일부 증권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의 강도 높은 발언이 결국 ‘당국에 손 벌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적지 않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한다지만 공사비 증가, 부동산 경기 하락 등 외부 변수로 인한 대규모 손실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중 다올투자증권의 위험성이 거론된다.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다올투자증권은 현재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특수관계인 포함 25.20% 보유하고 있다. 그룹사 계열이 아닌 개인이 대주주인 회사다. 최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지분 매입으로 2대 주주에 오르며 지배구조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계열사 매각이나 부동산PF 익스포저 축소 등 자구책 마련에 힘써오고 있다”라며 “4분기에는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하며 꾸준히 체질개선을 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로만 따지면 다올투자증권이 세 회사 중에선 상황이 나은 편이다”라며 “하지만 다올투자증권은 개인주주이기 때문에 LS그룹에 편입된 이베스트투자증권이나 금융그룹 지원을 바랄 하이투자증권과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