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책무구조도까지 은행 준법감시부 역할 커지는데…전문성·실효성은 '글쎄'
입력 2024.01.31 07:00
    준법감시부 역할 커져…은행권 내부통제 올해 키워드
    로펌과 당국 등 외부 소통 담당…인력 확충에도 속도
    다만 실효성은 글쎄…'보여주기식'에 그칠 가능성도
    영업점 출신 준법감시인 전문성에도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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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은행권 준법감시부서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당장 홍콩ELS(주식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이슈부터 책무구조도 수립까지 현안이 산적해있다. 작년 은행권에 크고작은 내부통제 미비 사건들이 터진 데 따라 준법감시 기능의 중요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르는 모양새다. 

      다만 준법감시 강화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단순히 조직만 새로 둔다고 해서 해당 부서의 견제 기능이 단기적으로 강화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내부통제총괄부를 통해 법무법인 세종과 손잡고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준법감시부가 총대를 메고 해당 제도 수립에 책임을 지고 있는 은행권 최초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 역시 최근 준법감시 인력을 포함해 내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책무구조도 도입을 마무리 짓고 있다. 

      그간 은행권에서 크고 작은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한 데 따라 준법감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책무구조도 수립을 위해 각 은행 준법감시 부서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통제 전담 인력 조직을 새로 뒀고 대구은행 역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추진중이다. 

      은행 준법감시부는 2000년 초반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외환위기 직후 내부통제 중요성이 부각되며 시작됐다. 은행은 현행법상 반드시 한 명의 준법감시인을 둬야 한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준법감시 본연의 기능이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부통제 등 금융규제 전반을 포함해 업무 범위가 넓지만 통상적인 금융상품 출시나 광고의 법적 검토 등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에 그친다는 평도 있었다. 이에 다시금 은행권에서 준법감시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는 금융당국의 주문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은행권 준법감시부의 쇄신이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금번 사태로 준법감시의 역할이 강조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단순히 인력 확충이나 로펌 선임 등 보여주기식 대응보다 준법감시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 은행 준법감시인은 내부 출신이 대부분이다. 법적인 전문성보다는 일선 영업점 등 경력이 많은 임원들도 적지 않다. 이상원 국민은행 준법감시인은 경북혁신도시지점장, 퇴계로지점장, 압구정지역본부장 등을 거쳤고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역시 선릉금융센터장, 성북동대문영업본부장, 강북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염수원 경남은행 준법감시인 역시 기관영업과 영업 지점장 출신이다. 영업점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준법감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는 은행권에서 어느 때보다 내부통제 기능이 강화되는 한 해다. 연초부터 ELS(주식연계증권) 손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탓이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형은행들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향후 발생할 손실보전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상규모가 나오는 데로 손실보전에 법적 배임 여지는 없는지 등 법률 검토가 필요한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성이 수반되는 준법감시 부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은행 준법감시 부서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준법 관련 부서에서 내부통제 방안을 리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해당 부서의 위상이 높아진다거나, 권한이 좀 더 주어진다거나 하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