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ICT에 집중하는 KT 김영섭號…비주력 계열사 청산 거론에 '술렁'
입력 2024.02.01 07:00
    KT 김영섭, KT클라우드ㆍ리벨리온 등 AI반도체 밸류체인 집중
    비주력社 KT텔레캅 등 매각 가능성…엠모바일ㆍ앱실론도 거론
    콘텐츠ㆍ미디어에 관심 보였던 구현모 흔적 지우기 시작?
    내부선 구조조정 불안감 증폭…"무리한 사업부 청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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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김영섭 대표 체제를 시작한 KT그룹이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콘텐츠ㆍ헬스케어 등 신사업 외연 확장을 강조했던 구현모 전 대표와는 달리, 김 대표가 ICT(정보통신기술) 위주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면서다. 

      김 대표의 결정에 따라 KT텔레캅, 엠모바일 등 비주력 KT 계열사는 매각 또는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부에서는 신임 대표 취임마다 반복됐던 구조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보안회사 KT텔레캅 매각을 위해 유럽 사모펀드 EQT파트너스를 비롯 다양한 원매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EQT파트너스는 지난해 국내 보안업계 점유율 2위 회사인 SK쉴더스를 인수한 사모펀드로, 볼트온(연관 업종 기업 인수) 전략을 통해 포트폴리오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계획으로 파악된다. 

      KT 내부에선 지분 매각뿐만 아니라 흡수합병이나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정리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상품 유통 전문 계열사 KT M&S처럼 적자가 지속 누적됐거나, 알뜰폰 계열사 KT엠모바일처럼 사업비용이 큰 계열사들이 주 후보로 거론된다. 

      이밖에 2021년 지분 인수한 말레이시아 데이터 회사 앱실론, 2013년 설립한 르완다 법인 KTRN 등 실적이 부진한 해외 법인들도 정리 시도가 예상된다.

      KT 측은 "KT텔레캅을 비롯해 계열사 정리 및 매각을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매각 가능성을 두고 기대감을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가 취임 이후 공공연하게 ICT 계열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오면서다. 

      자회사 KT클라우드와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대표적인 주력 회사다. 김 대표는 내부 회의에서 자회사 KT클라우드의 성장성을 강조하고, 최근엔 KT클라우드와 KT인베스트먼트 등 계열사 자금 330억원을 모아 리벨리온 시리즈B 투자를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속도를 내면서 KT클라우드 CEO에 황태현 경영기획본부장, KT DS에 이상국 전 SK C&C 부사장, KT SAT에 서영수 전 KT네트워크운용본부장 등을 선임한 것도 계열사 집중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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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는 밀리의서재(콘텐츠ㆍ플랫폼)나 KT스튜디오지니(미디어) 등 탈통신 및 비IT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구현모 전 대표와는 정반대 행보로 풀이된다. 구 전 대표의 경우 재직 당시 국내외 패션 플랫폼 회사 인수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임 사장과 달리 김영섭 신임 대표는 통신에 베이스를 둔 ICT 업종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리벨리온 같은 AI반도체 관련 밸류체인을 인수하려고 검토 중"이라며 "밸류체인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KT 비주력 계열사들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다. KT 대표 인사가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사장 교체 시기마다 전임자 색채를 지우기 위해 보여주기식 무리한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2009년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취임한 이석채 전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강조하며 2010년부터 ▲금호렌터카(1152억원) ▲비씨카드(2658억원) ▲한국디지털위성방송(213억원) ▲KMP홀딩스(200억원) ▲엔써즈(160억원) ▲사이버MBA(78억원) ▲스마트채널(65억원) 등을 사들이며 활발한 M&A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씨카드나 금호렌터카(KT렌탈), KT스카이라이프를 뺀 나머지 업체들은 인수 후 실적 부진에 빠졌다. 후임 황창규 회장은 일명 '싱글 KT', 본업인 통신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며 엔써즈와 스마트채널 등을 매각했다. 싸이더스FNH와 KT캐피탈 등 비주력 회사들도 연이어 매각을 발표했고, 소프트뱅크와의 합작법인 유스트림코리아는 청산 절차를 밟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보니 임명된 신임 사장마다 전임 수장 흔적 지우기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며 "김영섭 사장의 행보가 무리한 사업부 청산이나 졸속 매각, 나아가 구조조정으로 흘러갈까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