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이 가져온 ‘웃픈’ 현실…CSM 늘리겠다고 단기납 상품에 열올리는 보험사
입력 2024.02.02 07:00
    취재노트
    성과지표로 CSM 중시하면서
    단기 CSM 올리는데 집중
    기업가치 훼손하면서 단기납 판매 열올려
    금융당국 규제 방향 설정에 대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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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절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를 보고 보험업계에선 울수도 웃을수도 없는 ‘웃픈’ 현실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보험사의 이익을 제대로 평가하고자 도입한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하에서도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단기 성과에 매몰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 상품판매 관행 및 감독당국의 규제방향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내달부터 하향 조정하기로 한 가운데 일선 영업 현장에선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은 고객이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료의 130% 이상을 돌려준다고 판매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이전보다 보장을 받으면서 원금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보니 수요가 몰리고 있다. 

      작년부터 상황을 지켜보던 금융감독원은 생보사에 자제령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경쟁적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결국 금감원이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자 환급률 경쟁이 막을 내리는 상황이 됐다. 

      보험사들은 해당 상품 판매가 추후에는 ‘독’이 될 것을 알지만도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 이유론 바뀐 회계제도가 거론된다. 새로운 회계기준 하에선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로 단기적으론 미래이익(CSM)인데 단기납 상품이 CSM을 늘리는데 ‘효자’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당장 판매를 하면 미래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10년 후 해지가 급증하게 되면 보험사의 큰 손실을 안겨 줄 수 있다. 보험사들이 이를 알고도 파는 이유는 보험사의 최근 성과지표(KPI)가 CSM 증대에 맞춰져 있어서다. CEO뿐 아니라 임직원들 입장에선 10년 후 손해가 나더라도 당장 올해 CSM을 늘릴 수 있다면 회사에 독이 되더라도 해당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가 개편 되면서 성과지표가 CSM으로 바뀌다 보니 이를 늘릴 수 있는 상품 판매에 도가 지나칠 정도로 경쟁이 붙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IFRS17 하에서도 보험사 영업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선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이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보험이 많이 판매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전과 바뀐 것이 없는 모양새가 됐다.

      회계제도가 바뀌기 직전까지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도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다. 한번에 목돈이 들어와서 당기순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으로 CEO 성과를 평가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반대로 이번엔 CSM이 평가의 최우선이 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국의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크다. 상품에 대해 규제하는 방식이 아닌 보험사 건전성 및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규제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품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다 보면 과거 저축성 보험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으로 상품만 바꾸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준비금이 증가하고 요구자본이 증가하면 우선 자본이 부족한 회사는 재무건전성 때문에 판매를 할 수 없다“라며 ”우리 나라에서만 CSM이 생기면 어떠한 상품도 팔아도 된다는 발상은 엄청 위험한 것으로 이런 상품은 팔면 팔수록 기업가치는 줄어들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