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단기 흑자에 IPO행?…흑자 지속엔 여전한 물음표
입력 2024.02.05 07:00
    컬리, 작년 12월 월 흑자 선언…1월도 흑자 기조 이어가
    연간 실적으로 흑자 증명 필요…단기적 성과론 IPO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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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새벽배송 회사 컬리가 월 단위 흑자를 선언한 데 따라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컬리가 지속적인 흑자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현금흐름을 증명하는 것이 IPO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컬리는 지난 1월 에비타(EBITDA) 기준 흑자를 냈다. 작년 12월에 이어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에비타는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즉 기업이 순수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인 셈이다. 

      9년 만에 컬리가 흑자를 내면서 시장에선 IPO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IPO 시장은 매출 등 외형성장보다는 내실있는 이익 중심의 회사를 선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IPO를 염두에 두고 흑자 목표를 잡았건, 흑자가 났기 때문에 IPO를 할 수 있게 됐건, 컬리가 결국은 기업공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단순히 컬리의 흑자 여부만을 두고 지속 가능한 이익 성장세를 낼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컬리의 최근 흑자기조가 에비타 기준이라는 점에서 불안한 시선들이 몰린다. 에비타는 감가상각비가 포함된 개념이다. 즉, 직전에 설비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감가상각비가 오르고 그만큼 에비타가 늘어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영업적자가 나더라도 감가상각비가 많으면 흑자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컬리는 올해 물류센터 두 곳을 개점하며 대규모 투자설비를 단행했다.

      또 비용절감, 즉 ‘허리띠를 졸라메는’ 전략이 흑자 달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대적인 TV 광고를 없애는 등 판매관리비를 줄였다. 컬리의 작년 3분기 기준 판매관리비는 5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이처럼 컬리가 흑자전환에 몰두하는 배경으론 작년 5월 받은 마지막 투자유치가 꼽힌다. 컬리는 작년 5월 엥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아스펙스캐피탈로부터 약 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투자자인 사모펀드와 2023년 말 연결기준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손실일 경우 전환주식의 전환비율이 1:1에서 1:84로 바꾸도록 하는 약정을 맺었다. 자칫 최대주주의 지분희석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흑자 달성은 절박한 과제였던 셈이다.

      만약 컬리가 IPO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속적인 흑자 달성과 함께 꾸준한 현금성 자산이 관건일 전망이다. 외부 조달자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체적으로 현금성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컬리는 매년 1000억원대 이상의 신규투자와 적자를 내왔다. IPO 이후에 자금소진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금성 자산 기준으로도 자생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컬리는 작년 12월 월 단위 흑자를 발표하며 현금성 자산이 1400억원 수준으로 3분기보다 120억원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 대형 물류센터 두 곳에 투자하며 약 1000억원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영업활동으로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다만 재무제표 상 매출채권이나 매입채무 등의 조정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는 만큼 일정 현금성 자산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IPO 시장의 트렌드와 분위기를 감안하면 컬리와 같은 플랫폼 회사들의 상장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속적인 물류센터 확장을 통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 새벽배송 회사들의 경우는 더더욱 투자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실적에 기반한 ‘수치’로 생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더 무겁다는 의견이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경우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배제한 채 투자금 소진만으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신선식품 위주의 새벽배송 회사가 자체 흑자를 내기 어렵다는 여론이 강하다는 뜻”이라며 “결국 2023년 온기 실적이 나와야 컬리의 상장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 관계자는 “작년 물류센터 두 곳의 투자를 감안하더라도 현금 보유액이 200억원 가까이 늘어나 1600억원 수준에 도달했다”라며 “작년 12월과 1월 에비타 흑자를 바탕으로 상반기 안에 영업이익 기준의 구조적인 흑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