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發 '마이너스' 건설업계, 올해 키워드는 자금 조달과 보수적 수주
입력 2024.02.06 07:00
    주택 비중 큰 건설사, 연간 영업이익 하락
    각 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한 한 해
    "계열지원, 자산매각 등 비영업적 요소 중요"
    다수 건설사, 올해 수주계획 보수적으로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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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의 건설사의 주 관전 요소는 '자금 조달 능력'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대다수 건설사는 올해 수주 중단 등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건설사의 작년 실적은 해외 사업 비중에 따라 나뉘었다. 대형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만 영업이익이 늘었다. 주택 비중이 큰 주요 건설사 대부분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주한 카타르 태양광, 네옴터널 등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하고 국내외 수주가 증가한 영향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36.6% 증가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대형 현장이 본격 가동됐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1450억원으로 3분기 대비 40% 감소했다.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프로젝트에서 협력사가 제기한 공사비 정산 관련 소송에 따른 비용 등 500억원을 실적에 선반영한 영향이다.

      주택 중심의 국내 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원자재가와 인건비가 오르며 공사비가 늘어난 데다 국내주택 경기가 저하한 영향이다. 또한 주택원가율이 높아져 매출이 성장하더라도 영업이익은 낮아졌다. 주택사업 수주가 늘더라도 외형만 커진 채 내실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6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미분양주택에 대해 선제적 대손상각비를 반영하며 약 1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작년 주택건축사업 매출 비중은 61.9%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올해 경영 목표를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낮췄다.

      GS건설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88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작년 검단아파트 사고로 예상 손실금액 5524억원을 일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사고로 GS건설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총 9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검단아파트 관련 비용을 제외해도 영업이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 5548억원 대비 70.5% 하락했다. 2019년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DL이앤씨도 작년 영업이익이 3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감소했다. DL이앤씨에 따르면 작년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착공을 진행하지 못해 올해로 이연된 현장이 다수라는 입장이다. DL이앤씨와 자회사 DL건설 모두 작년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없다. 준공 전 미분양은 총 1716세대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은 2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고양 풍동2 오피스텔, 송도 B3 주상복합 PJT 도급증액 등 매출은 증가했지만, 자재가 상승분 추가원가로 이익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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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건설사에 중요한 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현금이라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는 PF 보증 리스크·영업실적·재무안정성 등 측면에서 태영건설·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태영건설·신세계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등급·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작년 정부의 PF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 여전히 주요 건설사의 PF우발채무 부담은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분양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경우, PF 리스크의 현실화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브릿지론의 경우 본PF로 전환이 어려운 가운데, 금융비용 증가는 사업성을 지속 저하시켜 사업·재무 위험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각 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신용등급으로 직결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사업 및 재무 리스크 역시 조금씩 현실화하는 모습"이라며 "2024년에는 주택 호황기에 피상적으로만 존재하던 계열 지원 가능성이 실재화하는 시기로 판단한다. PF와 관련한 유동성에 대해서는 계열지원, 자산매각 등 비영업적 요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 밝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 A급과 BBB급의 우발채무는 과거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AA급의 우발채무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현대건설의 PF 우발채무에서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연대보증, 자금보충, 채무인수 합산기준 PF 우발채무 규모가 건설사 중 가장 크다.

      현대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가양동 CJ 부지 ▲가양동 이마트 부지 ▲서울 르메르디앙호텔 부지 ▲서울 힐튼호텔 부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 및 시행사 이자비용 절감 등을 위한 연대보증 제공 등이 주요 증가 원인이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현대건설의 신용보강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조달 환경 악화로 과거 대비 (전반적인)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건설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우려는 큰 상황이다. 작년 10월말 기준 도급사업 PF 우발채무 규모는 4조7000억원이며 자금보충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다만,한기평에 따르면 2022년 11월말(5조8000억원)을 기점으로 우발채무가 줄어들었다. 작년 9월 광주 중앙공원 본PF 전환(PF 잔액 7000억원), 12월말 서초헌인마을 본PF 전환(PF 잔액 3000억원) 등을 진행했다. 지난달 기준 롯데건설의 도급사업 PF 우발 채무 잔액은 4조5000억원, 정비사업 및 도급사업 PF 우발채무 잔액은 5조4000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2조7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 조성하면 일부 우발채무를 해소해 안정적인 만기구조를 만들 수 있을 예상이다. 은행권에서 협의를 통해 대략적인 자금지원 방향을 논의한 뒤 개별 은행들이 자체적인 투자심의를 거쳐 이달 내 결론이 날 것으로 점쳐진다.

      자금조달 능력과 별개로 주요 건설사는 올해 수주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수주를 중단하지는 않지만 상반기까지는 관리 위주 ▲DL이앤씨는 수주보다 관리 위주 ▲롯데건설은 양질의 사업장만 수주 ▲호반건설은 수도권 위주 ▲한화는 상반기 동향을 파악하며 관리 위주 ▲신세계건설은 수주 중단 및 미분양·후분양 사업장 관리 위주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