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국민연금 태영發 3500억 손실…교보·신한銀 등 대주단 출자 불가피 전망
입력 2024.02.06 07:00
    마곡CP4 공사 중단되면 국민연금 3500억원 손실 확정
    대주단 여신만큼 추가 출자시…교보생명ㆍ신한銀 부담↑
    손실 피하려는 국민연금, 대주 향한 압박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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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영건설 주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인 마곡 대형 복합시설 '원웨스트서울'(이하 마곡CP4) 사업장 대주단이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추가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태영건설 몫의 공사비 최대 4000억원을 대주단이 각각 분담해야 하는데, 계약 구조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신한은행이 각각 800억원, 640억원 등을 투입하는 최대 출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 국민연금이 투자자로 나섰던 사업인 만큼,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특히 대주단은 국민연금이 선금으로 투입한 3500억원을 손실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금융 채권단을 대상으로 출자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마곡CP4 사업장은 마곡CP4 사업장 투자자들은 지난 1월 첫 대주단회의를 열고 준공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했다. 공사가 75%까지 진행됐고, 준공만 된다면 국민연금이 건물을 2조3000억원에 선매입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주단별로 분담해야 하는 몫은 다르다. 태영건설이 책임준공을 미이행할 경우 채무를 떠안기로 계약한 대주들은 트랜치A와 트랜치B로 구분된다. 이번 계약에서 트랜치A와 트랜치B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선순위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후순위 투자자는 이미 공사비 3500억원을 선금으로 지불한 국민연금이다. 

      트랜치A 투자자는 교보생명(대출한도 3000억원), 신협(1200억원), MG새마을금고중앙회(1000억원), 푸본현대생명(1000억원) 등이다. 총 차입금 규모는 8000억원으로, 고정금리 3.03%에 만기일은 2025년 3월 24일이다.

      트랜치B 투자자는 신한은행(2400억원), IBK기업은행(2000억원), 산업은행(1000억원), KB국민은행(1000억원), NH농협은행(500억원) 등이다. 차입 규모는 7000억원, 적용 금리는 CD91일물에 1.73%의 가산금리를 더해 현재 기준 약 5.4%에 달한다. 만기일은 트랜치A와 동일하다. 

      트랜치 구분없이 모든 대주가 동순위를 유지하는 만큼, 각 회사가 제공한 여신 비율에 따라 차입 규모도 결정될 전망이다. 최대 4000억 수준에 이르는 추가 공사비를 교보생명과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순으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단순 여신 비율로 대입하면 교보생명은 800억원, 신한은행은 640억원, 기업은행은 530여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신협와 푸본현대생명부터 가장 적게 출자한 농협은행까지 1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미 수천억원을 투자한 교보ㆍ신한 등은 재출자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다만 국민연금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주단에서 이탈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민연금이 지급한 선금 3500억원이 공사비로 전액 사용됐기 때문에, 사업 중단 및 사업부지 매각으로 향할 경우 국민연금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 사업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파제가 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추가 출자를 압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 펀드 비히클로 에쿼티 8000억원, 대출 1조5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마곡CP4 대주단 관계자는 "사업장이 중단되면 후순위인 국민연금이 기존 대주들보다 손실이 크다"며 "선매입자(국민연금)가 계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대주가 추가 자금을 도와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사업장이라 보고 추가 출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