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다시 적자 예상 LGD…떨어지는 주가에 1.3兆 증자 '먹구름'
입력 2024.02.07 07:00
    현 주가는 1만1700원…1차 기산일 대비 16% 하락
    이달 29일 발행가액 확정…1차보다 낮아질 가능성
    증권가는 부정적 전망…1분기 재차 적자전환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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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조(兆) 단위 유상증자를 앞둔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최근 다시 부진에 빠지며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성에 주가가 오르며 1차 발행가액도 기존 대비 높게 정해졌지만, 다시 올 상반기 실적 악화가 예상되며 주가가 연중 최저점 수준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1,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주가 약세가 이어지면 발행가액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1분기 실적전망도 부정적이어서 주가 반등 ‘모멘텀’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의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흥행 가능성을 점칠 시금석으로는 신주인수권 거래 분위기가 어떨지가 꼽힌다. LG디스플레이의 신주인수권은 오는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5거래일간 거래된다. 이후 29일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발행가액이 확정되면 내달 6~7일 구주주 청약과 11~12일 일반공모청약을 거쳐 26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만1000원선대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공시한 후 주가가 약 10% 하락했던 12월 19일 종가(1만1830원)보다 낮다. 

      LG디스플레이로선 당황스런 상황이다. LG전자가 배정 물량의 120% 청약을 발표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발빠르게 주가 방어에 나섰으며, 모바일 OLED 패널과 IT용 중대형 제품군 패널 출하 등의 확대로 4분기 실적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런 영향에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일과 이튿날까지 약 10% 하락한 뒤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8일에는 종가 기준 1만4170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가 강세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1차 발행가액이 1만70원으로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1월 23일 기준 1개월,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와 기산일 종가의 산술평균(1만3587원)에 20%의 할인율 등을 적용해 계산한 값이다. 최초 유상증자 공시 당시(9550원)보다 소폭 올랐다. 이에 따라 조달금액도 1조3579억원에서 1조4318억원으로 약 800억원 가량 늘었다. 

      하지만 최근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최종 발행가액은 1차보다 낮아질 확률이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만1000원으로 제시하며, 사실상 '셀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특히 통상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 점과 북미 주력 고객사 스마트폰의 중국 판매 부진 우려에 따른 부품 재고 조정 영향으로 올 1분기 다시금 적자전환이 유력하단 전망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현 주가는 2024년 예상 실적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0.79배로 지난 5년간 고점 평균인 0.78배마저 넘어서고 있어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물론 고객사 이벤트 수혜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주요 액정을 공급한다. 최근 애플이 증강현실(AR) 기반 가상현실(VR) 기기 '비전프로'를 내놨는데 3500달러(약 400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 호평을 받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비전프로에 들어가는 P-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메리츠증권에서는 XR(확장현실;VR 및 AR을 통칭하는 개념)시장이 올해 하이엔드(고성능 고가격 시장)부터 본격 개화하는만큼, 중장기 투자 모멘템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XR 시장 확장에 따른 수혜를 당장 올 상반기에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른 증권사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사업의 무게중심을 LCD에서 OLED로 옮기는 재편 작업이 진행 중에 있는데,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손상차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당장 올 1분기 재차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당분간은 주가 상승을 이끌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