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례로 배상안 속도전?…ELS 배상 압박 수위 높이는 이복현 금감원장
입력 2024.02.08 07:00
    이복현 원장, “금융사 자율배상 바람직” 의견
    다만 기준안 없이 자율결정은 배임여지 있어
    결국 배상안 마련 속도 관건…대표사례 추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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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이르면 이달 말 배상기준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표사례가 추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속도전이 관건인 배상안 마련을 위해 민원사례 유형화 작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금융사 자율배상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배임여지가 있어 은행권 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ELS의 범용적인 상품 특성상 배상여부 및 규모가 확정되기까지 과제가 많아 보인다. 과거 라임이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와는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금융사들의 자율배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콩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공적인 분쟁조정 절차와 금융사의 자율배상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일부 금액이라도 손실을 보전해 당장 현금 유동성이 시급한 일부 금융소비자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선 일단 금융당국의 배상기준안을 지켜본 뒤 배상여부나 규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명확한 명분 없이 자율배상을 결정하기에는 자칫 주주이익에 위배되는 결정을 할 수 있어 배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ELS는 과거 라임이나 DLF와는 달리 판매규모가 크고 판매기간도 20년 이상으로 길어 배상 결정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배상규모가 늘어날 수 있는 탓이다. 

      한 법무법인 금융 담당 변호사는 “최근 금융지주 이사회는 과거와 달리 ‘거수기’ 형태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논리와 법리를 통해 안건을 결정한다”라며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정이 되어야 배상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자율배상 기준안을 최대한 빠르게 마련한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1차 검사 결과를 설 연휴 전후로 정리한 뒤 2차 현장 검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1차 검사기간 중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로 이르면 이달 말 배상기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감원에서는 분쟁조정 가운데 대표사례를 지정해 금융사에 자율배상안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DLF 사태 당시에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접수된 조정신청 270건 가운데 6건의 민원이 대표사례로 선택된 바 있다. 사례별로 배상비율은 약 40~80%로 결정됐다. 

      지난 2일까지 금번 ELS 상품 관련 분쟁조정이나 민원신청 건수는 약 3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DLF 사태 당시보다 살펴야 하는 민원 건수가 많은 만큼 이 가운데 유형별 대표사례를 추려야 배상기준안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DLF나 라임 사태 때와 유사하게 흘러갈 것”이라며”라며 “ELS 역시 앞서 제기된 민원사례에 대해 판매사와 민원인 등 삼자대면을 통해 민원 조정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배상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금감원은 검사국을 통해 홍콩ELS 관련 불완전판매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완전판매 정황이 확인돼야 배상비율 등을 정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은행 본점 차원에서의 KPI(핵심성과지표)나 상품 설명 기간 등 요소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포함해 여러 판매 상황들을 살펴본 뒤 배상기준안 마련의 근간이 되는 사례를 취합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와 민원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배상기준안 등 신속한 보상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