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라이프 매각, '예측 가능한 보험사'로 인정받을까
입력 2024.02.13 07:00
    자산 2조, 회원 200만명 이상 1위 상조 업체
    고객 자금 받아 굴리는 금융사와 유사하지만
    회계 처리 생소하고 비교기업 마땅찮다 평가
    사실상 단일 상품, 가치평가 훨씬 쉽다 반론도
    매년 수천억원씩 늘어나는 자산 규모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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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VIG파트너스는 2016년 좋은라이프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이 먼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상황을 뒤따를 것이라 보고 일찌감치 움직였다. 이후 모던종합상조, 남대전장례식장, 금강문화허브 등을 인수하고 2020년 인수한 프리드라이프까지 합병해 지금의 기업 구조를 갖췄다. 작년엔 여행사 프리드투어를 합병하고 간병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올해 프리드라이프를 매각할 예정이다. 작년부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통해 잠재 원매자를 물색해왔는데 다음달, 늦어도 1분기 중에는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VIG파트너스는 작년 국내 펀드 자금 모집을 마치고 올해 해외 자금 모집에도 나선다. 주요 출자자(LP)에 성과를 보이기 위해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리드라이프는 현재 국내 1위 상조업체다. 적극적인 볼트온(Bolt on) 전략을 통해 자산총액 2조원(2022년 12월), 유효회원 200만명(2023년 5월) 돌파라는 이정표를 썼다. 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전체 시장(약 8조원)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웬만한 공제회보다도 자산 증식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올해 손꼽히는 우량 매물임에도 일부 원매자들은 매각 시작 초기에 거래 참여 의사를 접었다. 매년 자산 규모가 성장하고 자금 운용 성과도 좋다지만, 받은 돈은 결국 장기 부채의 성격을 갖는다는 데 부담을 느꼈다.

      일각에선 프리드라이프의 사업 모델과 회계처리가 다소 생소하고 비교그룹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회사의 선수금은 매년 수천억원씩 쌓이는데 이벤트(고객의 상)가 있어야 선수금이 매출로 잡히는 회계 처리 방식 때문에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광고비나 영업비 등은 계속 나가니 회계상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상조업은 상조보다 자금 운용이 핵심이다. 금융업과 유사하지만 ‘선불식 할부 판매업’이라는 별도 산업으로 분류된다. 보통의 금융사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하기도 제조사처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따지기도 애매한 면이 있다. 해외에선 EV/EBITDA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단순한 상조가 아니라 묘지 부동산 사업까지 하는 경우라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조 사업은 장기로 돈을 붓고 있다가 이벤트가 있을 때 매출을 인식하는 방식이라 회계처리 방식이 생소하다”며 “EV/EBITDA나 현금할인법(DCF) 등 어떤 가치평가 방식을 활용해야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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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조업이 흔한 사업 형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고객이 낸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 장기의 채권 투자에 집중한다는 점에선 보험사의 사업과 유사한데 보험업보다 훨씬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적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다루는 상품만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어떤 사고를 입고 질병에 걸리는지에 따라 보험사가 부담하는 비용과 손익 규모가 달라진다. 특히 생명보험은 계약 기간이 길거니와 계약이 끝날 때까지 발생할 변수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보험사 M&A에서는 계리법인을 고용해 계약 하나하나를 꼼꼼히 뜯어보며 가치를 따진다.

      반면 상조업은 고객이 미리 정해진 비용을 장기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데 이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은 ‘장례 서비스’뿐이다.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사실상 단일 상품이다. 신규 계약과 해약률이 어느 정도로 발생하고, 그에 따라 자산 규모가 어떻게 커지는지를 예측하면 되니 보험사 가치평가보다 훨씬 용이하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취급하는 상품이 많고 계약 조건에 따라 변수가 많은데 상조는 하나의 서비스만 있다”며 “기존 보유 계약에 새로 맺은 계약 가치만 추정하면 되니 보험사보다 변수가 적고 평가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상조 산업은 과거 사기 사건이 빈번했지만 프리드라이프 등 대형사의 등장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걷어졌다.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고, 초고령 사회의 초입이라 앞으로 기대가 더 크다. 프리드라이프는 200만명 이상의 고객 정보를 갖고 있고, 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과실은 다음 주인이 누리게 될 전망이다.

      프리드라이프 예상 매각 가격은 1조원을 훌쩍 웃돌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상조산업 이미지 개선, 1등 상조 업체의 고객 정보 가치, 앞으로 늘어날 자산운용 성과 등에 얼마만큼의 웃돈이 얹어지느냐에 따라 VIG파트너스의 최종 회수 성적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