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00억 버는데…현지 규제에 배당 막힌 신한銀 베트남 법인
입력 2024.02.15 07:00
    해외법인 중 순이익 1위…年 2000억 바라보지만
    베트남 금융당국 규제에 신한은행 배당은 0원
    3000억 넘게 대여해도 모회사 현금 유입 없어
    글로벌 확장 강조하지만…지분매각 결말 우려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은행이 해외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의 호실적에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순이익 2000억원을 바라보는 알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인 신한은행이 가져갈 수 있는 배당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현금 유입 없이 지출만 발생할 경우, 투자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수익화를 위해 소수지분 매각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2009년 베트남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1년 신한비나은행 인수합병, 2017년 현지ANZ은행 리테일부문 인수 등을 통해 베트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신한베트남은행의 자본금은 5조7100억동(한화 약 3100원) 수준이다. 

      M&A와 투자를 통해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50개 지점을 운영한 신한은행은 총자산ㆍ순이익 등 재무 실적 부문에서 외국계 은행 1위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영업수익)은 6061억원, 순이익은 1847억원으로 연간 순이익 2000억원을 무리 없이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법인의 재무 안정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약 5107억원의 금융보증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대여해준 금액은 3872억원으로, 1조681억원이 넘는 차입을 제공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 자회사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인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베트남법인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시장에 있는 외국계 은행들은 베트남 중앙은행의 감독을 받으면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베트남 내 은행설립 요건 항목에는 국제적 신인도, 베트남 법규 위반 여부, 베트남 금융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여부 등 주관적인 판단 기준이 많다. 실제 외국계 금융기관 배당에 대한 인허가 역시 베트남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도 SC은행이나 씨티은행이 해외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할 때마다 국정감사때 국부유출 문제를 거론하며 논란이 되는데, 베트남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베트남의 FDI(외국인직접투자) 프로젝트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우는 특히 배당이 아닌 현지 재투자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은행은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베트남은행의 실적을 장부가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장부 숫자로 그칠 뿐, 실제 현금 흐름은 전무한 상황이다. 외국계 은행 1위라는 명성을 위해 들인 노력 대비 실질적인 이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지분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통상 배당이 불가능할 경우 투자금 회수는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최상위 지배기업 '신한지주'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황에서, 계열사인 베트남법인을 현지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복 상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데다, 까다로운 베트남 당국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도 낮다.

      금융 전문 변호사는 "외국계 자회사를 상장시키려면 상위 지주회사를 만들거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베트남 현지 거래소에 상장시켜야 한다. 여러모로 매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한지주 입장에선 해외투자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채로 자본 확충을 위해 지원금만 늘리고 있으니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현지 사정으로 아직까지 현금(배당)을 가져온 적은 없고, 내부 유보금을 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장 투자금 회수가 급한 상황이 아니라서 지분매각이나 상장 등은 검토하지 않고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