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계속되는 공개매수, 실행 가능한 PEF 포트폴리오는?
입력 2024.02.19 07:00
    작년 오스템, 한샘 이어 올해 쌍용C&E 공개매수
    아직 주춤한 자본시장, 상장폐지한 후 기회 물색
    대형 PEF의 실적 좋지만 주가 낮은 자산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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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사 공개매수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대기업과 오너 일가의 이익에 따라 상장폐지를 시키거나, 적대적 M&A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좋은 평가를 듣기 어려웠다. 평판 위험을 신경써야 하는 사모펀드(PEF)가 활용하기엔 부담됐다.

      최근 들어서는 PEF가 공개매수 카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초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단행해 상장폐지했고, 얼마 후 IMM PE가 1000억원 규모 한샘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율을 높였다. MBK파트너스는 작년말 오너 일가 측 주주들과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를 꾀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한앤컴퍼니가 쌍용C&E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잔여지분을 전량 인수해 상장폐지시킬 예정이다. 한앤컴퍼니는 특별결의가 가능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어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를 통해 상장 폐지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외에 JKL파트너스도 롯데손해보험 공개매수 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잠재 가치 대비 시장가가 너무 낮았기 때문인데, 회수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PEF 시장에서 상장사 공개매수가 점차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이다. 팬데믹 이후 시장이 다시 위축되며 상장사 지분을 쪼개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어차피 당장 회수가 어렵다면 지분을 더 늘리거나 상장폐지해 시간을 버는 것이 낫다는 인식도 많아졌다.

      상장사 포트폴리오는 주가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출자자(LP)의 자산 가치 평가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나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하면 주가를 제외한 실적 관리만 하면 된다. 이익창출력과 거래배수(multiple)만 따지면 되니 부담이 줄어든다.

      과거와 달리 최근의 공개매수는 주주들의 이해관계에도 많이 신경 쓰는 모습이다. 공개매수 실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애초에 확실한 웃돈을 제시해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주주들은 현재 시장 가치와 PEF가 생각하는 회수 목표 사이에서 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잡게 된다.

      공개매수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반길만한 거래 형태다. 공개매수 업무를 한번 맡을 때마다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PEF의 공개매수 대금을 빌려주고, 거래가 완료된 후엔 이를 다시 인수금융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 단계마다 수수료와 이자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로 꼽는 분위기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공개매수를 주관할 경우 벌어들이는 이익이 쏠쏠하기 때문에 경영진에서도 수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PEF의 공개매수가 현실화하기 위해선 몇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공개매수는 증권사의 지점망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가 일을 맡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는 그만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선 PEF가 갖고 있는 상장사 규모도 그만큼 커야 한다. 공개매수 건마다 사들일 주식 규모가 수천억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매수는 대형 증권사와 관계가 있는 대형 PEF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담보 확충이나 지분율 확대 목적의 공개매수도 있지만 상당수 공개매수 거래는 상장폐지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PEF의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 높은 편이 공개매수 실행에 유리하다.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낮은 경우라면 공개매수 시 PEF가 얻을 효과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