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퍼스트 닮은꼴'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소수지분' 투자 매력 두고 저울질
입력 2024.02.19 07:00
    지분율 등 '先제시' 요구…에어퍼스트와 비슷
    효성화학 '1조 몸값·경영권 유지' 원하지만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 투자 매력도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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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지분 매각 거래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IMM PE의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거래와 마찬가지로 매각 대상 지분율, 거래 조건 등에서 매각자와 매수자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현재 49% 이하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큰데 원매자들이 ‘소수지분’ 인수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14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효성화학은 주관사인 UBS와 KDB산업은행 M&A실을 통해 특수가스(NF3, 삼불화질소) 부문 분사와 투지유치 관련 입찰안내서를 배포했다. 이달 초 발송된 투자설명서(IM)엔 매각 구조 없이 특수가스 분사 및 지분매각 계획 내용이 담겼다.

      이번 입찰안내서에도 여전히 구체적인 매각 지분율이나 조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효성화학 측은 입찰안내서를 통해 원매자들에이 거래 조건(term)을 제시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49% 이하의 소수지분 매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번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지분 매각이 지난해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거래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IMM PE는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블랙록에 매각한 바 있다. 

      ‘중위험 중수익’ 인프라성 자산이라는 점에서 매각 대상의 성격도 비슷하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은 전방 반도체 시장에 기댄 전형적인 인프라 자산이다. 반도체 증착공정 장비 내 잔여물 세정에 투입하는 특수가스로 적기 증설만 이뤄지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거래가 이제 막 닻을 올린 가운데 매각자와 매수자의 지난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분할한 NF3 사업의 매각 지분율부터 경영권 매각 여부, 각종 옵션 등 하방 위험 ‘안전장치’까지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하다.

      효성화학 측에서는 분사하는 특수가스 부문 몸값을 1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길 원하는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잠재 투자자들은 사실상 지분 49% 수준의 매각에는 그 수준의 가치 인정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일부 잠재 LP(출자자)들도 소수지분 투자를 썩 반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LP들은 소수지분 거래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분위기”라며 “에쿼티 거래라는 위험 요소는 있지만 소수지분이라 경영에 관여할 수도 없는데, 여러 옵션 등 조건이 많이 붙다보니 투자 매력도가 낮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 투자자들은 경영권이 포함되거나 100% 지분을 내놓아야 1조원 몸값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효성화학의 NF3가 시장 1위 사업자도 아닌 데다 소수지분일 경우 프리미엄(할증 요인)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효성화학 측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를 내비친다고 전해진다. 또한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특수가스 사업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에어퍼스트 매각 때는 KKR, 브룩필드자산운용 등이 50% 인수를 희망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30% 인수 제안을 한 블랙록이 승리했다. 일부 원매자들이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가졌으나 IMM PE는 매각 지분을 최소화하길 바랬고, 상대적으로 경영 관여 의지가 낮은 곳이 인수자로 낙점됐다.

      이번 투자유치가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측도 기업가치를 두고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부문에 대해 1조원 수준의 가치를 평가받고 지분을 팔아야 지금 재무부담을 상당 부분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자회사의 투자비 부담 등으로 지난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약 3500%까지 치솟았다.

      벌써부터 난이도가 높은 거래 과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프라성 자산 매력이 부각되며 다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NF3는 스판덱스 등 기존 그룹 주력 사업에 비해 전방 시장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현재 IMM크레딧솔루션(ICS)을 비롯해 글랜우드크레딧 등 크레딧 펀드들이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일부 PEF들도 투자 매력도를 저울질 하고 있다. 에어퍼스트도 인프라 매력도가 부각되면서 본입찰에 블랙록, 브룩필드, KKR, CVC캐피탈 등 다수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한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때처럼 원매자들이 어느 정도의 지분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거래 구조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장에서는 차라리 경영권 지분이나 지분 100%를 팔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고, SKC 필름사업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산업은행 등 채권자들이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데 동의할 것인가도 변수”라고 말했다.